하현달은 늘 아쉽다
느지막이 떠서 열대야 밤길을 느리게 간다
더워서 내 잠길 마저 걸음 느린 밤
나는 달을 쳐다보고
달은 나를 내려다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각자 제 길을 간다
아침에 다시 보면
달은 아직도 넘어가지 못한 서쪽 광야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동쪽 물가에 벗어 놓고 온 날개옷 때문일까
나도 감추고 싶었던 그 밤의 컴컴한 날개옷
물가의 바위나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 것이다.
지금쯤 고라니가 뒤적여 보겠지
사슴이 입고 갔겠지
해가 떠미는데도 달은 미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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