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현관에서 서성인다 현관문을 두드린다 소리가 낮아서 잘 들리지 않는다 초인종을 누르지 생각하다가 기계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린다 요란한 소리로 오지 않는다 내 여사친의 인조견 옷자락 끌듯이 문설주에 살짝 스치는 음정이다 낮은 도 그 아래 솔일지도 풀던 스카프가 여섯의 기타 줄에 닿을 때 나는 음이기도 하다 기울이는 귀를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쪽 뇌의 안 쪽으로 진동해 와서 척수까지 다리뇌를 건너 숨뇌를 지난다 호흡에 도착하는 시간 일 초 반의 반에 반 현관문을 열 필요가 없다 맨발이 어찌나 작은지 입김에 떠는 매화 잎이다 기온은 차다 봄은 분홍색 마스크를 가졌을 텐데 쓰고 있지 않다 내 검은 마스크는 와이파이 중계기 안테나에 걸려 있다. 며칠 째 빨지 않았다 봄을 따라 현관 밖으로 나가고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