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입춘 2021년

담우淡友DAMWOO 2021. 2. 3. 08:06

봄이 현관에서 서성인다
현관문을 두드린다
소리가 낮아서 잘 들리지 않는다
초인종을 누르지 생각하다가
기계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린다

요란한 소리로 오지 않는다
내 여사친의 인조견 옷자락 끌듯이 
문설주에 살짝 스치는 음정이다
낮은 도 그 아래 솔일지도
풀던 스카프가 여섯의 기타 줄에 닿을 때 나는 음이기도 하다

기울이는 귀를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쪽 뇌의 안 쪽으로 진동해 와서 척수까지
다리뇌를 건너 숨뇌를 지난다
호흡에 도착하는 시간 일 초 반의 반에 반
현관문을 열 필요가 없다
맨발이 어찌나 작은지 입김에 떠는 매화 잎이다

기온은 차다
봄은 분홍색 마스크를 가졌을 텐데 쓰고 있지 않다

내 검은 마스크는 와이파이 중계기 안테나에 걸려 있다.
며칠 째 빨지 않았다
봄을 따라 현관 밖으로 나가고 싶어
그냥 써야겠다

 

자기는 쓰지도 않고 있으면서
봄은 슬쩍 눈을 흘킨다 .

 

봄이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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