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삶이란 2

삶이란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을 나누는 것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기억하고 싶은 그들의 기억을 보내면 그들이 기억하고 싶은 나의 기억을 화답으로 보내고 나는 그 기억을 수정해서 가슴 아래쪽에 보관한다 저장된 기억을 가끔 꺼내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사람들이 이유가 되는 변병을 첨부하고 이유가 있어 원인이 없어도 좋은 시절을 보낸다 산다는 건 기억을 가꾸는 것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의 밭을 일군다.

글(文) 2024.03.28

삶이란 내가 나를 기억하는 것 기억이 나를 부르고 내가 어디서 무엇을 돌이켜보든 어느 순간 내일을 상상하든 내가 나를 기억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나를 거기에 가게 하고 머무르게 하고 기꺼이 이기적이게 하는 것이다 깜빡 하는 한이 있더라도 바보 같이 보이더라도 내가 나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나를 잊은 사람들을 내가 기억하는 것 나를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언젠가 내가 그들을 생각했던 날들을 내가 기억할 때마다 눈에 슥 미소를 지으며 내가 그들을 잊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나를 까맣게 잊은 사실에 대해 후훗 가을 낙엽 같은 마음을 부스럭거리는 것 서리 눈발의 겨울이라도 가슴 훈훈하게 뒤척이는 것 잊지 않으면 기억이 단단해지는 생존과 이타 사이의 적응이다.

글(文)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