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장마 2

긴 비

오네 비가 제 때 제 멋으로 길게 염치없이 배려없이 낮에는 띄엄띄엄 쉬다가 밤에는 사이사이 졸다가 쓰네 비가 제목 굵게 소제목 길게 고치지 않고 깊이 생각도 않고 두음법칙 전설모음화 없이 본문 장장 멋대로 띄어 적다기 사이시옷 삽입하다가 폭언을 쓰네 불특정다수 거리에 실시간 마을 집집마다 묻지마 물난리 치네 못 고치는 버릇 막무가내 ^&*&*())0000*(*%#..... 흠뻑 지나치네. ---------------------------------------------------------------------------------------- 긴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현관을 나서는 길이었다. 골목 소방도로 한 가운데에 우산을 받쳐 쓰고 가만히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연한 주홍색 우산 아래 파마한..

글(文) 2023.07.14

장맛비

남쪽 바다와 땅에서 머뭇거리던 장마였다 전선을 북쪽으로 확대했다 어디를 향해 물총을 쏴야할지 정한 모양 이미 쏠만한 곳에 싫컷 쏴 울어야할 사람들은 울고 넋을 놓고 희망을 잡을 사람들은 잡고 우리가 사는 곳에도 울만한 사람과 오늘을 놓고 부여 잡을 내일이 곳곳 있다 장마가 다연발 물대포를 장전하는 동안 우리가 설치한 과녁이 용량 미달이거나 색깔이 자연스럽지 못해 조준이 빗나가서 믿었던 축대 귀퉁이가 무너져 내릴 때 사람을 탓했다 비가 실탄인 장마의 사격을 나무랄 수 없었다 오늘 장마는 철갑탄을 격발하지 않았다 전선을 구축한 아리수 강북에서 맞으면 가슴이 축축해지는 물탄이 수 백 탄창이다 장마의 무기가 비 뿐이 아니라는 걸 어떤 사람이 흠뻑 젖은 뒤에야 알았다 장마는 이기는 것 보다 흐느낄 때 더 전사답다..

글(文) 20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