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긴 비

담우淡友DAMWOO 2023. 7. 14. 07:52

  오네 비가 
  제 때 제 멋으로 길게
  염치없이 배려없이
  낮에는 띄엄띄엄 쉬다가
  밤에는 사이사이 졸다가

  쓰네 비가  
  제목 굵게 소제목 길게
  고치지 않고 깊이 생각도 않고
  두음법칙 전설모음화 없이
  본문 장장
  멋대로 띄어 적다기
  사이시옷 삽입하다가

  폭언을 쓰네 
  불특정다수 거리에
  실시간 마을 집집마다
  묻지마 물난리 치네
  
  못 고치는 버릇 막무가내
  ^&*&*())0000*(*%#.....
  흠뻑 지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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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현관을 나서는 길이었다. 골목 소방도로 한 가운데에 우산을 받쳐 쓰고 가만히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연한 주홍색 우산 아래 파마한 머리는 목을 가리고 검정 긴팔 티셔츠에 꽃무늬와 초록 잎이 섞인 치마가 종아리 위로 달랑했다. 유난히 종아리가 가늘어 보여 굽 있는 슬리퍼 위로 가냘프게 보였다.

 도로가에는 차들이 젖은 채 줄지어 주차해 있고, 아스콘 바닥 위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꽃잎처럼 나풀거렸다. 비 소리만 잔잔하게 희뿌연 아침의 흐린 주변과 침침한 주택들 사이에 함초롬히 난 소방도로 가운데 우산을 쓴 채 조용히 서 있는 여자의 뒷모습은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아련한 사연의 한 장면 같이 문득 바라보는 마음을 감상에 젖게 했다.

 그런데 여자가 서 있는 곳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T자형 건널목에 모범택시가 한 대 서 있었다. 그 택시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 그때서야 여자는 작은 어깨를 으쓱 하며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가볍게 몸을 돌려 길옆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아침에 택시 운행을 나가는 남편을 배웅하고 있었구나...를 알게 되었지만, 그 흔한 일상의 장면이 비가 내리는 아침에 가슴 짠하게 다가왔을까. 즐비한 건물과 길가의 나무들마저 조용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은 저렇게 조용히 밖으로 비쳐질 때, 찡한 감동으로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사진을 못 찍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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