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 spring)은 눈 이불 개고 일어났다. 한참 됐다. 출근할 곳을 잊지 않고 찾아가 자기 일을 하고 있다. 월차 커녕 반차도 한 번 쓰지 않았다. 휴가는 아예 없었을 것이다. 햇살 퍼지는 아침을 작성하고, 커피 향 번지는 카폐의 정오와 쌀쌀하지만 다정한 저녁의 대화를 일정표에 담았다. 개구리를 불러내어 춘삼월 일정을 일러 주고, 일찌감치 일어난 반달곰은 산기슭 아래로 보냈다. 곧 다람쥐까지 깨울 참인데 겨울잠도 제대로 못잔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 생각과 문자를 가지고 사계절 문화를 만들고 즐기며 사는 그들이다. 도대체 아직 웃섶을 열지 않은 봄의 가슴 언저리에서 수유(授乳)는 관심 없다. 엄마에게 하던 짓처럼 만지가거릴 정감마저 아예 없다. 봄이 주단을 깔지도 않은 거리로 몰려나와 지난 겨울 쌓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