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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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 풍경화

가을 깊은 뒤에

담우淡友DAMWOO 2009. 10. 27. 18:40

           가을 깊은 뒤에/ 淡友


  열매를 맺으려는지
  가슴 오른 쪽 아래 선득하고 맑은 샘 같은
  느낌 자주 찰랑거리고
  치열 안쪽에 마지막으로 자란다는
  은근히 드센 이빨 여무는지
  딱딱한 말씨 수십 알 깨물면  쓴 물
  상쾌하기도 하고
  피부에 닿으면 진득하니 끌어안던 의자를 떠나
  선들바람 코스모스 길 어디쯤에서
  돌아올지 깜빡 잊기도 하고
  
  잊었다고 장담한 기억하나 되살리는지  
  찬 이슬 아침 창가에 머무는 전등 빛 따뜻하다
  행과 줄 선명한 내용 수십 장 너머
  산수유 낱낱이 읽다 덮다 망설이는 추적
  등나무 먼동 틀 때까지 바스락댄다
  땅두릅 덧 대는 생각 자꾸 포동포동해지는 것이
  여는 창으로 밀려드는 한기에 닿는 입술
  동그랗고 맛나게 오므려지는 것이
  비만으로 치닫던 그리움 한 권을 다 채우고도

  몇 장을 더 채우려는지
  망막 쪽으로 구르는 기억들 자꾸 붉어진다
  한 송이 파란 압화가 되곤 한다
  이맘때면 거르지 않는 알레르기 비염마저
  홀씨 떠나는 허공을 훌쩍거리고
  이 만큼의 기다림과 망설임 모두
  저장할 페이지로 안녕 하는지
  책상 조직에서 손 털고 나오는 아쉬움 따라
  심장을 갖고 싶은 허수아비 곁으로 흐르는 마음
  계절의 환승역에서 예약한 떨켜를 발매 중인지
  겨드랑이가 근지럽다
  날기 전에 떨어지는 연습이기도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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