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깊은 뒤에/ 淡友
열매를 맺으려는지
가슴 오른 쪽 아래 선득하고 맑은 샘 같은
느낌 자주 찰랑거리고
치열 안쪽에 마지막으로 자란다는
은근히 드센 이빨 여무는지
딱딱한 말씨 수십 알 깨물면 쓴 물
상쾌하기도 하고
피부에 닿으면 진득하니 끌어안던 의자를 떠나
선들바람 코스모스 길 어디쯤에서
돌아올지 깜빡 잊기도 하고
잊었다고 장담한 기억하나 되살리는지
찬 이슬 아침 창가에 머무는 전등 빛 따뜻하다
행과 줄 선명한 내용 수십 장 너머
산수유 낱낱이 읽다 덮다 망설이는 추적
등나무 먼동 틀 때까지 바스락댄다
땅두릅 덧 대는 생각 자꾸 포동포동해지는 것이
여는 창으로 밀려드는 한기에 닿는 입술
동그랗고 맛나게 오므려지는 것이
비만으로 치닫던 그리움 한 권을 다 채우고도
몇 장을 더 채우려는지
망막 쪽으로 구르는 기억들 자꾸 붉어진다
한 송이 파란 압화가 되곤 한다
이맘때면 거르지 않는 알레르기 비염마저
홀씨 떠나는 허공을 훌쩍거리고
이 만큼의 기다림과 망설임 모두
저장할 페이지로 안녕 하는지
책상 조직에서 손 털고 나오는 아쉬움 따라
심장을 갖고 싶은 허수아비 곁으로 흐르는 마음
계절의 환승역에서 예약한 떨켜를 발매 중인지
겨드랑이가 근지럽다
날기 전에 떨어지는 연습이기도 한지.
'수채 풍경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을 넘어가는 고갯길 (0) | 2011.05.21 |
---|---|
한 여름 (0) | 2010.08.09 |
햇살이 환한 곳 (0) | 2009.07.26 |
독도는 우리 땅 (0) | 2009.06.06 |
5월의 어느 산가(山家) (0) | 2009.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