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수채 풍경화

산은 온몸으로 가을을 앓는다

담우淡友DAMWOO 2011. 10. 29. 09:50

 

우리가 철없이 가을을 즐길 때

산은 온몸으로 가을을 앓는다

 

자리를 옮기지 않네

해가 뜰 때 그림자를 가늠하게

 

돌아앉은 적이 없네

가슴께로 오는 새는 끌어안고

등으로 오는 사람은 업어 주게

 

발돋움 한 적이 없네

나무는 뿌리를 내리게

수풀은 우거지게

 

한눈팔지 않네

언제 바람이 허리를 들출지

비가 정수리를 적실지

푸른 생각 견디던 가을이 와서

열이 펄펄 날 때

같이 엎드려 끙끙 앓네

앙상해진 뼈 바스라질까

허리조차 펴지 않네

 

별이 골짜기로 쏟아질 때

잠이란 든 적이 없네

떨어지는 열매 마르지 않게

젖 말릴 계획 아예 없네

기어이 모든 기억 지우지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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