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2016 제8회 한성백제백일장

담우淡友DAMWOO 2016. 11. 14. 20:37



         여행

 

                            조 긍

 

루브르에 가면 유리 피라밋부터 전송할게

같이 못간 약속은 우리 동네 뒷산의 무덤이었어

베르사이유 장미를 만화로 읽은 아버지가 누워 있고

빠리바게트 바구니 들고 녹두밭을 일구던 어머니가

오늘도 엎드려 있지?

구경하러 현실로 들어가는 느낌은 기본적으로

현장학습 갔던 우리나라 왕릉이었거든

와이파이 존에 접속 못하고

로밍 절차 빠뜨린 스마트 폰 카메라를 눌러대는 동안

열세 시간 날로 먹으며 배를 불린 비행시간이

석실 내부 어디론가 사라졌어

 

삼총사를 유일하게 화면으로 본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던 농민 출신의 달타냥은 그림자도 없었지

흰 천을 칭칭 감고 짧은 칠성판에 누운 아버지처럼

숱한 주검들이 누웠거나 서 있는 석실 내부 곳곳

잃어버린 시간을 끌어다가 다독여 나열했더군

자기야, 말도 마 여전히 묘한 미소 짓고 있는 모나리자

그 아줌마 아직도 눈썹이 솜털 정도야

프랑수아가 화가에게 진한 눈썹을 명령하지 못한 것처럼

아버지도 꼽추의 노틀담을 보지 못했지

 

과거만 잔뜩 있는 데서 미래를 보는 건

어머니 바구니에서 바게트 빵을 꺼내는 것 보다 어려워

(개인적으로 그 빵은 너무 질겨, 좀 짜고)

아버지의 미래로부터 나의 과거를 보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점점 끌밋해지는 중이야

 

유로스타에 미라가 된 기분을 싣고 런던으로 가며

 

한 세기 시간의 무덤인 루브르에서 자기의 피앙세 씀.

 

                                               -대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