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 나물이 쑥쑥 자라는 계절
옅은 올리브색 상수리나무 새 순이 가지마다 돋고 있는 봄 산에 오르다
지난 해 떨어진 상수리 낙엽을 머리에 이고 크는 원추리 한 포기를 발견한다.
낙엽에 난 구멍으로 네댓잎의 원추리 잎이 모아져 자라고 있었다.
이른바 목이 졸린 상태...
낙엽을 빼내어 주자
원추리는 큰 숨을 내 쉬듯 온몸을 활짝 편다.
보기 드문 장면이라 다시 그런 상태를 찾아 산기슭을 헤맸지만
이 처럼 한 두 잎 정도 끼워진 정도 뿐
그래서 먼저 상태의 장면을 연출고자
끼워졌던 낙엽을 찾아 복구를 해 보았지만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
천만분의 일의 희귀한 발생과 같이
우연히 한 낙엽의 구멍으로 자라다가 온몸이 조이는 상태가 되버린 원추리처럼
우리도 어느 틀엔가 나도 모르게 갇혀 버릴 수 있다.
원추리가 자라는데 별 지장 없이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우리도 사는 데에 별 불편 없이 틀에 갇힌 채로 살아갈 것이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스스로 잘 살았노라 자족도하겠지만,
우연히 지나던 내가 원추리의 목에서 낙엽을 빼내어 주듯이
그래서 원추리가 비로소 날개를 활짝 펴고 제2의 성장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이제껏 잘 견디던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도약을 하는 계기가 있을 것이다.
낙엽의 구멍에 갇힌 원추리의 드믄 장면을 발견하듯이
내가 갇힌 틀을 발견하는 누군가는 아주 가까이 있거나
어느 날 우연히 집앞을 지나갈 것이다.
반드시 일어날 일이겠지만
기다려야한다는 것....
꼭 오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2회 대구상화문학제 (0) | 2017.05.21 |
---|---|
부산시조백일장 (0) | 2017.05.18 |
2016 제8회 한성백제백일장 (0) | 2016.11.14 |
제34회 한밭전국백일장 2016 (0) | 2016.11.14 |
향수옥천 제3회 이은방시조백일장 대상 (0) | 2016.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