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제14회노근리평화인권백일장

담우淡友DAMWOO 2016. 8. 31. 11:39

            길

                    ㅡ노근리 사건 현장

 

                                     조담우

 
  칠월 끄트머리의 쌍굴다리 길목에는 
  정답 없는 시험대에 올랐던 걸음들이
  바람이 되어 있었다
  늘 불겠다며 다리 밑을 오갈 때  
  낡은 창호문 같이 가슴 뚫린 기억들이
  안에서 밖으로 비구름을 끌었다
 
  오답을 건너는 무게는 잦아든 물길에도 불구하고
  흠뻑 젖은 무명옷이었다
  벗어던진 의문들이
  예순여섯 긴 지문을 싣고 다리 위를 덜컹덜컹지날 때
  문제의 오류는 애초 강아지풀이었다
  길가에 질경이가 피었고
  바람은 왕고들빼기 잎도 흔들었다


  바람은 길을 찾고 있었다
  아는 철길이 굽지 않았고
  쌍굴다리는 튼튼하게 이끼 낀 무게를 견디고 있었다


  정답은 갓길 서성이던 시간으로부터 암시되었다
  바람은 만지고 디디며
  코로 느낀 기억의 골강에서 솟은 억센 손가락으로
  뙤약볕이 날카로운 답안지에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세모와 네모가 섞일 때마다 바람이 좌에서 우로 불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잊으려고
  방향이 된 기억은
  오늘도 바람을 향해 연필 심을 세운다


  바람은 막바지 우기의 물길을 지나고 있었다.   


          -차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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