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제34회 한밭전국백일장 2016

담우淡友DAMWOO 2016. 11. 14. 20:17

 

한글사랑

          -개울 한 권

 

 

                                              조담우

 

뱀 껍질 무늬의 자갈밭 표지를 넘긴다

무릎까지 빠져 읽은 페이지 둘레가 헤져 있다

배꼽을 외눈으로 뜨고 비스듬히 훑던

반 삭제된 버드나무 한 구절이 서 있다

쉼표 매달린 문장 끝에서 아래로 뛰어내린다

수면을 서술하고 있던 은빛 어절들이

분수 같이 튀어 오르는 전개부

없는 마침표

 

 

맑은 소리가 첨부된 문장의 첫 줄로 돌아가면

까무잡잡한 낱말들이 동네를 가로지른다

논두렁길을 재잘재잘 도랑 따라 달린다

한글 서투른 어른들이 동화책 좔좔 읽는 아이들을

징검다리 초입부터 침 발라 쓰고 싶었던 페이지

 

 

 

한 칸 띄어 쓴 풀밭으로 도망을 치면

땡볕 낱낱이 받아쓰는 물억새가 연필 끝 들어 올리고

두음법칙 벗어난 잠자리가 누락한 바람을 끼워 넣는다

문단 전체로 번지는 전설모음화 동작에

애기똥풀꽃 옹알옹알 물가로 고개 젖히고

여울 긴 물결의 단락마다 묵묵히 꽂혀 있던

시간의 서표들이 굽이굽이 글발로 걸어 나온다

 

걸음 멈춘 햇살 마냥 읽고 있다

 

영구 삭제를 시도한 적이 없는 내력

물총새가 빠르게 긋는 밑줄에서 마침표 망설이는 하류까지

한 계절의 고전이 두텁다.

 

                  

                                        -금상(대전시장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