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뻐꾹뻐꾹

담우淡友DAMWOO 2020. 6. 3. 03:42

뻐꾹뻐꾹

 

 

그 노래는 새벽부터 산에서 내려왔다

원룸 단지 골목을 지나

파란 불 건널목을 건너

소방도로 세 줄을 가로질러서

이 모두를 오선으로 사분의 이 박자 음표를 배열한

 

덧문 열어 놓은 우리 집 삼 층까지 긴 악보를 걸어 놓았다

나는 건물주의 높은 근저당 설정과

세입자들의 전세금 대출이 사 층 목까지 차 오른 이 빌라에

마지막 순번으로 세 든  전세 임차인

귀에다 악보의 첫 마디를 밀어 넣을 때마다

달팽이관에서 뚱뚱해지는 뻐꾹뻐꾹

 

사 년 동안 해마다 새로 낳은 마음을 맡겨 키웠다

비가 올 때 습기를 충분히 먹였고

바람이 불 때 창밖 나뭇잎 소리를 들려 주었다

 

며칠 후 내가 떠나면 또 누군가가 맡겨 키울 마음 담고

고단한 삶의 한 때를 저녁마다 쉬려고  찾아들겠지

뻐꾸기가 그 악보를 다시 늘어뜨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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