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뻐꾹
그 노래는 새벽부터 산에서 내려왔다
원룸 단지 골목을 지나
파란 불 건널목을 건너
소방도로 세 줄을 가로질러서
이 모두를 오선으로 사분의 이 박자 음표를 배열한
덧문 열어 놓은 우리 집 삼 층까지 긴 악보를 걸어 놓았다
나는 건물주의 높은 근저당 설정과
세입자들의 전세금 대출이 사 층 목까지 차 오른 이 빌라에
마지막 순번으로 세 든 전세 임차인
귀에다 악보의 첫 마디를 밀어 넣을 때마다
달팽이관에서 뚱뚱해지는 뻐꾹뻐꾹
사 년 동안 해마다 새로 낳은 마음을 맡겨 키웠다
비가 올 때 습기를 충분히 먹였고
바람이 불 때 창밖 나뭇잎 소리를 들려 주었다
며칠 후 내가 떠나면 또 누군가가 맡겨 키울 마음 담고
고단한 삶의 한 때를 저녁마다 쉬려고 찾아들겠지
뻐꾸기가 그 악보를 다시 늘어뜨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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