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두견이

담우淡友DAMWOO 2020. 7. 3. 10:08

 

                                     조성연

 

두견이가 밤새 여친을 찾고 있다

여름이 시들기 전에 제 알을 얻어야 한다

한동안 안전히 맡길만 하게

일찌감치 눈여겨 보아둔 휘파람새의 집이 근처에 있고

건강한 그 집 부부가 상수리나무 숲을 날고 있었다

 

목소리에 한껏 슬픈 음정을 담았다

전세금이 올라서 셋집 마련이 물거품 되었다

달세방 얻을 보증금도 빌리지 못했다

대대로 내려온 에스엔에스 육아 정보도 없으니

아, 우리는 왜 생겨났을까

 

마음 여린 여친이 잠깐 귀를 열었다가

신록의 녹음으로  푸르러진 가슴에 그만 접동 접동

파르라니 심금이 떨렸다

잠시 장맛비 멎은 하늘의 상현달 때문이다

그녀의 깃털이 눈부신 걸 두견이는 밤 눈으로 환하게 보았다

 

어쨌든 구애 수행은 평가 되어야 한다

목청껏 아침녘까지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두견이도 내 맘같이 복잡할까?(나 어릴 적 이름이 '두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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