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붉은 장미가
흰색 철제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빠져 나오려고 기를 쓴다
녹색 짙은 이파리가 부여잡고
제발, 응, 제발 설득하는데도
인도까지 나오려고 한다
자기의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어서
한 마디 해 두고 싶은 말이 있어서
가장 독특한 주파수 진동이 이 때 뿐이므로
반응하는 사람을 그냥 보낼 수 있겠냐고
붉은 입술 달싹거린다
다소곳이 얼굴 숙이고 정색이다
이파리의 손을 놓지 않았지만
낱말로 끊어져 흩어지기 전까지
음절로 갈라져 바닥에 낙서가 될 때까지
기다릴수 없다는 걸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까
계속 읽고 있었는데
맨날 듣고 있었는데
오히려 장미가 사람의 언어를 모르고 있을까
작년에 사용했던 언어로 장미가 말을 건다
내말 알아듣는 사람은 잠깐 서 있어 달라고
아는 척이라도 해 달라고
오월 초순부터 울타리에 써 놓은
문자가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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