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잊은 적이 없는 날을 잊는 날
한동안 살았던 세상에
살았던 적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이를
날마다 기억했으므로
오늘은 그런 날을 잊는 날
내가 살고 있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이를
다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의 이 곳에
불러 오는 날
기억의 책장 어느 구석에 한 권의 이야기로 꽃혀 있는 이를
데려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잠시 읽게 하는 날
홍동백서
조율이시
저 세상 이 세상 사이에 촛불로 다리 비추고
만나서 이 따위 세상을 저 따위 세상에 대입하는
서로 자기의 세상을 한 페이지 낭독하는 날.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움의 뒤안 (0) | 2021.09.13 |
---|---|
나로부터 그림 찾기 (0) | 2021.09.08 |
사갓싸랏웅누 (0) | 2021.08.27 |
변이 바이러스 그 때에 (0) | 2021.08.24 |
가을 전령의 귀환 (0) | 2021.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