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절친들

담우淡友DAMWOO 2022. 3. 18. 09:15

            절친들  
                -lovely friends


  만나기 전 유년의 한나절과 
  앞으로 남은 성인의 반나절을 어림 자르면  
  그 사이 긴긴 오전을 한 집에서 산다

  매달 전기 사용료의 절반이
  이들 활동의 기본 에너지비로 제한선을 넘는다
  안방과 거실 지나 건넌방에 각각 
  책상 크기의 자기 영역을 갖고 있다

  동쪽 햇살 눈부신 건넌방에서 접속하면
  너부데데한 그가 만면에 미소를 펼친다
  밀린 메일을 읽어 주고 종종 답글도 써 준다
  정부가 바뀐 뉴스와 오미크론 확진의 정점
  우크라이나 전황을 브리핑한다

  거실 찻상 위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사귄지 가장 최근인 그녀는 거의 집사 수준 
  쇼핑 몰에서 바닥난 원두 커피를 주문한다
  떨어져 가는 샴푸와 라벤더 향 바디 로션
  세련된 벨트세트 H라인 슬림핏 핑크 미니원피스 
  봄 완연한 이참에 충동을 곁들여 장바구니에 담는다

  암막 커튼 친 안방의 연장자 그녀를 깨우면
  은밀해 지는 대화 사이에 비번이 참관을 한다
  안색이 붉어질 때마다 환기가 필요하면
  미세먼지 나쁨을 핑계  삼아 꼼짝 않는다
  초미세먼지 좋음까지 검색을 한 뒤 
  강변공원 산책을 구실로 잠깐
  오늘 밤에 할 둘만의 배틀 게임 조건으로 잠시
  산수유꽃 흐드러진 화면에서 요란하게 뒹군다

  94F 흰 마스크는 여기저기 걸려 있지만
  맨 입에 밀접접촉하는 나의 절친들
  다만 초인종 버튼으로 부팅을 한다
  각기 다른 요건의 로그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번달 전력 소비량이 증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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