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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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무료로 얹혀 사는 마음

담우淡友DAMWOO 2022. 9. 3. 15:20

DAUM에서 T-스토리로 이전하라고 했을 때, 기분이 좀 그랬다. 관리비 한 푼 안내고 살다 보니 '저 쪽으로 가라'고 하는 말이 썩 기분좋게 들리지 않았다. 주인장이 어떤 처지나 사정이어서 부득이 그랬다손치더라도 '저 쪽'을 가리키는 방향이 아스팔트 도로라도 이삿짐을 옮기는 짐수레가 꽤 덜컹거렸다. 무료로 얹혀 살면서 내가 한 일이라곤 여러가지 데이터를 만들어 이 방 저 방 꽉꽉 채우는 짓 뿐이었는데 그게 주인장한테 무슨 덕이 될지는 전혀 알수 없었다. 데이터가 값이라도 짱짱해서 주인장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헛간의 무슨 곡물이라도 되면 모를까 돈이 될만한 테이터를 생산했다는 기억이 전혀 없었다. 넓고 너른 공간을 맘껏 쓰고 있었는데, 저 쪽으로 가라니까 지레 소침해져서 계륵이라도 되면 모를까 잡동사니 세입자라는 자괴심이 들 정도였다. 저쪽으로 건너가라니까 안 그래도 SNS 사회에서 별 지명도도 없는 처지에 "네." 하고 오긴 왔는데, 친절한 주인장 환영인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얹혀 사는 서민의 심정이 여름 저물어가는 서쪽의 노을 같기만 하다. 새로 이사온 집에서도 내가 할 수 일이라곤 이 것 저 것 닥치는대로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데이터를 만들어 올리는 것 뿐이다. 공간 사용비를 낼 능력은 고사하고, 추석 선물로 한과 한 상자 보낼 너스레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아무려나 이 집에서 파파 뿌리가 될 때까지 얹혀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콜록이면서도 코로나 감염이 아니 잔기침이나 하면서 다가오는 가을 이야기...그 거 귀뚜라미가 밤새 가을을 읽어내듯 '글쓰기' 수행을 이행해 나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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