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커피 내리는 시간

담우淡友DAMWOO 2022. 9. 5. 10:32

  창밖으로 본다 내리는 비를 
  비가 밖에서 내리고 안에서 커피가 내린다

  비는 건물 벽에 금을 그을 때 '보인다'의 실금이다
  커피는 포트 바닥에 고일 때 '내리다'가 보인다
  한국의 경북 북부에 내리며
  아프리카 중부 오른 쪽 사막을 보인다
  원주민의 피부가 초콜릿 감촉이다 
  *분나(커피)에 젖은 옷자락이 
  내 유년을 펄럭이는 누이의 치마 같다
  성당 벽 스테인드글래스 눈빛을 한 미사에서
  *베아트리체를 처벌한 *교황에게 그은 X표 성호
  그는 커피한테 세례를 주고 날개돋친 면죄부가 하늘을 잔뜩 흐렸다
  커피가 수녀의 옷을 적시며 비가 창밖에 내린다 
  죄 없는 누이의 묵주처럼 또륵또륵 금을 긋는다
  금은 지우는 권력이다

  창밖의 비가 나뭇잎에서 오늘의 구슬로 구르고
  사막의 커피는 바다를 건너와 방울방울 고인다

  도기 컵 안으로 세게 내린다.
  원주민 피부빛 수면을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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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나bunna (Ethiopia coffe)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 1577-1599년 9월11일)

     *교황 클레멘스8세(Pope Clement VIII 1592-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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