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계절이 오는 길목이다. 가을도 거기로 와서 긴 시간 짧은 기억으로 머문다. 기억 속에 저장한 이미지는 쉬 지워지곤 한다. 스케치북에 그려 두는 까닭 중에 한 가지다. 스케치북에 저장한 가을은 변색 되지 않고 지워지지도 않아 선명한 기억을 돕는다. 피부에 사랑을 타투하듯 가을 풍경을 스케치북에 문신으로 새긴다. 도화지 한 장의 마음에 가을 한 폭이 온잠에 든다. 쌔근쌔근 아이의 잠결로 코골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 불러오면 언제나 제 안색으로 잠을 깨는 도화지 안의 가을...그림을 그리는 또 한 가지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