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산을 색칠하면 산은 시루떡 맛을 품는다. 검은 콩과 건포도 박힌 떡 모습을 한다.떡 맛을 아는 사람들이 산에 오르면 산은 기꺼이 귀퉁이를 내 준다. 사람들은 숨을 헐떡이며 게걸스레 먹는다. 찬찬히 먹기에는 떡산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떡 위로 넘어지고 구르기도 한다. 떡고물이 입안에 들어가면 혓바닥이 시리다. 겨울이 익은 떡이다. 산 너머 사람들과 산 아래 사람들이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떡. 훈훈해진 온정이 떡을 다 나눠 먹으면, 산은 생크림 속의 빵처럼 봉긋해진다. 빵맛을 아는 사람들이 또 먹는다. 올라가서 먹는다. 줄어들지 않는 빵. 오래도록 먹음직한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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