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우물 같아서
샘은 끊이지 않지만
자기가 개구리 같이 눈만 커서
가로 세로 바다를 건너 다른 육지로 떠 돌던
그 당돌한 지구인 한 명
2미터까지 눈이 쌓이는 땅에서
회오리바람 하늘에 닿는 곳에서
여우도 머리를 제곳으로 두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곧장
폭풍우 구름 뜬 공중으로 떠난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지구인 한 명
70킬로그램 무게가 줄었는데
지구는 품질 한 칸 내려가지 않았네
공중에서 내려와
일흔 해 태양이 아침을 켜고 저녁을 끄는 동안
파티를 즐겼고
대륙횡단 기차 만큼 코를 골았고
지구 때문에 걸었으며
가끔 신경질도 냈는데
웃지도 않고 떠올랐네
별은 다시 뜨고
달은 밤을 켜는데
손전등 하나 없이
어두운 공중으로 출발했네
대륙 보다 큰 우물 밖으로 나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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