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세모歲暮the year-end

담우淡友DAMWOO 2022. 12. 26. 08:30

삼백 예순 번 해가 깍꿍깍꿍 하는 동안 나는 아직도 유년에 사라진 엄마의 젖무덤 앞에서 아장아장 서성인다. 훌쩍 커서, 다 커서 아빠가 엄마한테 나를 심어준 의도를 탯줄 만큼 싹둑, 응애 메아리가 밤나무 뒷산을 저녁 해처럼 넘어간 뒤, 뒤척이는 꿈 없이 깍꿍 해 따라 아침을 켤 땐데. 전설에 따르면 나는 한참 동안이나 울지 않았단다. 이놈의 자식이 세상 싫은가 보다 했는데 양수 찌꺼기 다 걷어낸 뒤 해가 깍꿍할 때 이빨 없는 목청을 동백 만큼 붉게 게워냈단다. 얼음에 베인 엄마의 발꿈치 만큼 짙게 필 모양이다 콧수염 검은 아빠가 희떱게 웃을 때 엄마는 연년 생 새끼들 앞에서 이 자슥들 어느 해에 다 어느 구석에서 떨어진 운동화로 차를 만들어 바깥마당을 도나, 물음표가 다섯 번째였다.나는 바퀴 두 개 보조 바퀴 두 개로 한 해 반 열심히 구른 뒤, 해와 달이 번갈아 까꿍대는 낮과 밤을 건너, 다 크면 엄마 아빠 자율주행 자가용에 태워 줄께.아빠가 밥풀떼기를 댓살에 발라 만든 창호지 방패연을 높이 띄웠다. 달 둥근 밤에 밀랍 먹인 삼줄 끊어 읍네 쪽 산으로 보낸 연이 막아준 아슬아슬한 여러 해가 오고 갔지만, 여전히 까꿍대는 해와 달이 밝은데 삼백 예순 다섯 묶음으로 리필하는 한 해와 한 달과 한 날과 한 하루들이 달력에 갇혀 사는 까닭...나는 활짝 피기 보다 몽우리 늦게 터지는 유년의 울음 소리 귀에 닿는다. 응애 응애 아빠가 삽질도 없이 깊이 심은 엄마의 밭에서 성큼성큼 서성인다.   

 

저무는 해에 눈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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