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예순 번 해가 깍꿍깍꿍 하는 동안 나는 아직도 유년에 사라진 엄마의 젖무덤 앞에서 아장아장 서성인다. 훌쩍 커서, 다 커서 아빠가 엄마한테 나를 심어준 의도를 탯줄 만큼 싹둑, 응애 메아리가 밤나무 뒷산을 저녁 해처럼 넘어간 뒤, 뒤척이는 꿈 없이 깍꿍 해 따라 아침을 켤 땐데. 전설에 따르면 나는 한참 동안이나 울지 않았단다. 이놈의 자식이 세상 싫은가 보다 했는데 양수 찌꺼기 다 걷어낸 뒤 해가 깍꿍할 때 이빨 없는 목청을 동백 만큼 붉게 게워냈단다. 얼음에 베인 엄마의 발꿈치 만큼 짙게 필 모양이다 콧수염 검은 아빠가 희떱게 웃을 때 엄마는 연년 생 새끼들 앞에서 이 자슥들 어느 해에 다 어느 구석에서 떨어진 운동화로 차를 만들어 바깥마당을 도나, 물음표가 다섯 번째였다.나는 바퀴 두 개 보조 바퀴 두 개로 한 해 반 열심히 구른 뒤, 해와 달이 번갈아 까꿍대는 낮과 밤을 건너, 다 크면 엄마 아빠 자율주행 자가용에 태워 줄께.아빠가 밥풀떼기를 댓살에 발라 만든 창호지 방패연을 높이 띄웠다. 달 둥근 밤에 밀랍 먹인 삼줄 끊어 읍네 쪽 산으로 보낸 연이 막아준 아슬아슬한 여러 해가 오고 갔지만, 여전히 까꿍대는 해와 달이 밝은데 삼백 예순 다섯 묶음으로 리필하는 한 해와 한 달과 한 날과 한 하루들이 달력에 갇혀 사는 까닭...나는 활짝 피기 보다 몽우리 늦게 터지는 유년의 울음 소리 귀에 닿는다. 응애 응애 아빠가 삽질도 없이 깊이 심은 엄마의 밭에서 성큼성큼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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