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속에서 가을이 수근거릴 때부터
'그립다'를 시작한 저 귀뚜리의 노래
처서의 밤이 서늘하도록 멈추지 않는다
짝꿍 하나 겨드랑 아래를 지나 새로 기다리는 것일까
한 번도 만나지 못해 헤매는 다리를 긁고 있는 것일까
맨발로 추분을 건너 입동에 목이 시려도
멈출 수 없었던 내 그리움의 문장이 섣달 그믐밤에 멎었을 때처럼
재도 얼마 후 피부 아릿한 음보의 노래를 마칠 건데
저렇게 긴긴 후렴 끝낼 줄 모르네
춘향전 완판본 저리 가라네
오선과 음표로 갈라 놓지 않았던들
목과 다리를 떼어 놓지 않았던들
사내와 여자를 갈라놓지 않았더라면 연주 되지 않았을 곡
저 노래 끝나면 나는 어느 해금 소리를 기다릴거나
가을 깊은 아쟁 소리 들을 거나
콘크리트 숲에서 울려 퍼지는 가을 야상곡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