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가을 전주곡

담우淡友DAMWOO 2023. 8. 23. 07:48


  더위 속에서 가을이 수근거릴 때부터
 '그립다'를 시작한 저 귀뚜리의 노래

  처서의 밤이 서늘하도록 멈추지 않는다
  짝꿍 하나 겨드랑 아래를 지나 새로 기다리는 것일까
  한 번도 만나지 못해 헤매는 다리를 긁고 있는 것일까

  맨발로 추분을 건너 입동에 목이 시려도 
  멈출 수 없었던 내 그리움의 문장이 섣달 그믐밤에 멎었을 때처럼
  재도 얼마 후 피부 아릿한 음보의 노래를 마칠 건데
  저렇게 긴긴 후렴 끝낼 줄 모르네

  춘향전 완판본 저리 가라네
  오선과 음표로 갈라 놓지 않았던들
  목과 다리를 떼어 놓지 않았던들
  사내와 여자를 갈라놓지 않았더라면 연주 되지 않았을 곡
  
  저 노래 끝나면 나는 어느 해금 소리를 기다릴거나
  가을 깊은 아쟁 소리 들을 거나

  콘크리트 숲에서 울려 퍼지는 가을 야상곡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석이 오면  (0) 2023.09.20
해의 길  (3) 2023.09.02
가을 현악 2중주  (0) 2023.08.19
슈퍼 문  (0) 2023.08.07
문득 입추  (0) 202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