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추석이 오면

담우淡友DAMWOO 2023. 9. 20. 09:08

  나는 송편 빚던 손가락을 펴고
  마주앉아 있던 얼굴 콧등에 반죽 한 점 얹겠네
  
  그러면 미소가 매끄러워 
  떨어지는 반죽을 얼른 손바닥으로 받아
  빚고 있던 송편에 비벼 넣겠네

  솔잎 깐 시루에 쪄 내면
  콧등 땀이 밴 맛이 나서
  한 입 두 입 나눠 먹겠네

  아직 더 남은 반죽에 
  마주앉아 있던 미소를 밤톨과 함께 소를 넣어 
  쪄내자마자 손바닥에 호호불며 식힌 다음
  고소하게 부서지는 송편 속의 까르르 한 줌
  배가 불룩해질 때까지 계속 깨물어 부스겠네

  이튿날 담장너머 이웃 집에 
  내용 안 밝히고 그냥 나눠 주겠네

  추석이 와서.  

 

 

송편 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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