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동화 속 페이지에 가라앉은 맷돌에서 나오는 소금은
잇몸 고른 문장 가운데서 낱말이 상하게 놔두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 읽는 아이의 충치가 저절로 빠지게 아빠를 놔두지 않았으며
엄마가 주방 싱크대 위에서 찌개를 끓일 때 인터넷 서핑을 도왔다
귀에 익은 낱말이 잔잔하게 파도쳐 귓가에 다다를 때
아이의 고막에는 별이 서술하는 수평선을 행간 없이 가로 긋고
고래와 상어를 쉼표처럼 발음 중간 중간 내려앉혔다
간간한 미역 만큼 유연하게 자라서 스노클링 하게 되었을 때
심심하면 더 넣는 엄마의 간맞추기 문법 따라
자음 모음 버무려 직접 읽게 된 그 어느 표지 닳은 모래톱의 아침
수면 높아진 깊이에서 플라스틱 꽂힌 거북의 코를 한 쪽에 적고
비닐봉지로 일기를 쓰다가 잠이든 돌고래의 일 학년 이 학기 노트에는
무역풍 타고 밀려 오는 사람의 찌꺼기를 간추려 수록했다
수면 보다 낮아지는 해안의 땅가에서 염분 옅어지는 경계를 넘어
흰 파도에 튀어 오르는 어절들을 갈매기 등에 실으면
아직도 읽고 있는 아이의 동화 속 갈피갈피로 햇살을 비쳤다
오염된 낱말 하나 버리지 않고 받아 적는 수심 곳곳
낭랑한 아이의 목소리에 차가운 기침이 나지 않게
점점 불어나는 쓰레기 어투를 말없음표까지 마침표 옮기며 짠맛의 여백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 번도 너울 안을 떠나지 않았던 해면의 너비처럼
여전히 맷돌의 전설 속에서 문장의 재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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