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아카시아 향기

담우淡友DAMWOO 2025. 5. 13. 07:09

오늘도 하루 잘 보낸 저녁이 와서

느티나무 우거진 공원에 불이켜지면

햇살에 밀려 앞산으로 숨어들었던 습기가 

514 국도를 건너 반 마장 거리를 건너올 때

빈손으로 혼자 오지 않고 

서둘러 오다가 빨간 불 건너목을 그냥 건널까

초록 불 눈 뜰 때까지 기다리며 잡고 있던 손

앞산에 살고 있는 아카시아 그녀

라일락에 라벤더 혼합한 샴푸향 온전 그대로

공원에 도착한 후에도 놓지 않은 손목

 

저녁은 언제나 습기를 부르고

오늘의 습기는 도시의 잡내 잠깐 지워줄께

있는 깜냥대로 손잡아 끌고온 아카시아 그녀 향기

투명하게 본뜬 그녀의 체취가 짙게 번지면

저녁은 습기를 머금고 

습기에 젖은 향기가 나뭇잎 사이로 자지러지게 풍길 때

나무 닮은 사람들이 저녁을 연호한다

아시카아! 아시카아!

침묵하는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함께 온 사람의 손을 서로 잡는다

 

아카시아 향기를 머금은 저녁이 눅눅하게 

연결된 손목을 겹겹 둘러 감는다

언제 풀릴지 저녁과 습기와 사람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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