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2/04 9

연화지 (鳶華池)

김천 교동 대학로 변에 위치한 연화지(鳶華池)는 연못에 연꽃이 연상되는 연화지(蓮花池)로 생각이 닿겠지만, 연(鳶:솔개 연)자가 연꽃을 지칭하는 연(蓮)자가 아니다. 하지만 봄에는 벚꽃이 쏟아질듯이 피고, 여름에는 부풀어 오를 듯이 연꽃이 가득 핀다. 연(蓮)자가 어울릴 법한데, 1707년 김천으로 부임한 윤택이라는 군수의 꿈에서 비롯 된 고사가 굳이 연(鳶:솔개 연)자를 후대에 전해 '봉황의 꿈'과 더불어 봉황대(鳳凰臺)를 세워 놓았다. 빛날 화(華)자를 더해 '화려한 꿈'을 꿀만한 곳인가 싶기도 하다. 햇살 눈부신 날의 벚꽃 풍경은 그야말로 화사하기가 이를 데 없다.

기억의 중력

내가 서면 서는 사람들이 내 안에 있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나 뿐이어서 내가 꽃을 보고 서 있으면 오래 서 있다 무게가 없어서 내 안에 떠 있다 내 안이 참 좁아서 좌뇌 벽에 부딪치고 우뇌 벽에 튕겨지고 가슴 쪽에 있는 사람들은 좌심실 벽에 혹은 우심실 창가에 부피 없는 어깨가 부딪칠 때 그들을 듣지 못하는 점막의 소리 스륵스륵 혈류의 여울 졸졸졸 자갈밭 맨발 소리가 무거워진다 밖의 유일한 장소인 사진 앞에 켠 촛불에서 나도 켜 놓은 눈에서 내 기억 안에 그들이 짜 놓은 촛농빛 방울들이 무게를 갖는다 아래로만 방향을 갖는다 내가 앉으면 따라 앉는다 누우면 양말도 벗지 않고 눕는다 그들이 살만한 곳은 나 뿐이어서 내 그리움이 살찔 때마다 그들은 가벼워진다 무게는 대략 오십일 킬로그램이다.

글(文) 2022.04.25

나비 접기

인터넷 이미지란에 올라 있는 색종이 나비 접기 작품들과 좀 다르게 접을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접게 된 나비.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호랑나비 흰 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오라고 올 나비가 있으려나. 오지 않을 나비라면, 포충망으로 잡을까나. 아니,아니, 색종이로 접어서 스케치북에 붙이면 온전히 내게 온 나비가 되려나. 나비를 접으면 '마음의 나비'가 된다.

봄바람

어디서 오는지 출신 알 수 없지만 추풍령을 넘어와 곧장 직지천으로 동쪽으로 가는 여울 따라 마른 갈대를 토닥여 깨워보고 애기똥풀꽃 머리 쓰다듬어 주고 아직 잠 안 깬 풀들 눌러도 보고 수면을 밀어 자라 한 마리도 띄우면서 세세히 짚어 보는 경력이 초보 같지 않아 부드러운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성별을 알 수 없지만 내가 아는 여자 만큼 조곤조곤 자근자근 마음도 곱다 싶어 냉이꽃도 흔들 때 가녀리다 싶다가도 키 낮은 민들레 건드릴 땐 짖궂네 얇게 입은 내 옷 사이로 서슴없이 파고 든다 아무데나 만지면서 흠칫하다가 소스라치는 곳까지 멈출 줄 모른다 한둘이 아닌 것 같다 지나갔다 싶으면 또 와서 빠짐없이 클릭한다 숨은 파일이 많지 않은 봄의 나 바탕화면의 꽃이 흔들린다.

글(文) 2022.04.18

4월의 눈

사월의 눈은 벚나무에서 지상으로 내린다 겨우내 가지에서 한 눈 한 눈 만들다가 봄이 다가와 맨입으로 눈밑에 키스하면 가지 끝에 송이송이 눈잎으로 핀다 봄이 입으로 깨워 입김으로 따스해져서 훈훈하게 흐드러지면 개화 소식을 수신한 바람이 전송을 맡는다 바람은 발이 넓다 맨땅에서 풀밭으로 거리에서 골목으로 냇가에서 고수부지 어디로나 눈잎을 배달한다 수취인 없어도 번지내 투입을 한다 아무도 수신 거부하지 않는다 고스란히 받아서 쌓아둔다 모자이크 작품으로 장식을 한다 물에 녹지 않아 비에 젖어도 고운 눈잎 꽃으로 갱생한 사월의 눈이다.

글(文) 2022.04.10

봄의 양봉

꿀벌이 오지 않는 후로 소리 없이 터지는 꽃 가슴 아래 꿀 딸 줄 모르는 벌들이 모여든다 꽃가슴 깊은 곳에 다다르기에는 꿀을 따기에 입이 너무 커 그냥 보기만 하기로 플라워 패턴 미니 원피스에 햇살이 비칠 때 투명 수치나 재는 눈으로 그냥 꽃을 복사해 간직하기로 자기들끼리 윙윙거리는 벌들이 모여든다 짝을 이루지 않고는 혼자 날갯짓 하기가 혼자 꿀 내음 맡기가 쑥스러운 한 장의 복사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꽃가슴에 자꾸 눈빛만 스치는 벌들이 밤 이슥하도록 활짝 열린 꽃가슴 아래 꿀 대신 사랑을 내려 받는다 달지 않지만 향기가 난다 큰 입끼리 입술을 따면 내용을 아는 꽃은 달콤한 미소 제한 없이 어느 벌이 받아 먹는지 모르는데 무제한 리필해도 부르기를 모르는 벌들은 서로 입맛을 부추긴다 배경에 봄이 있다 스물..

글(文) 2022.04.08

벚꽃

봄 햇살 듬뿍 내려 받고 식욕이 왕성하다 연화지 길 입구부터 사람들을 먹어 치운다 코로나 마스크 쓴 남여노소 구분없이 폭식을 한다 마음과 정신을 빼내어 연못 속으로 밀어 넣고 껍데기만 걸어가게 한다 껍질 화사한 채로 웃으며 떠들며 뱅뱅 돌게 한다 유혹하는 미소가 버퍼링 일도 없이 스마트한 동영상 유튜브 첫 화면부터 도배 되어 있다 숨은 파일로 수장했던 꽃향에 푹 젖은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출구에서 무상으로 돌려 준다 감염된 줄도 모르고 즐겁게 웃으며 가게 한다 지기 전에 다시 오게 보고픈 바이러스 심어 둔다.

글(文) 2022.04.03

석고 데생- 두 인물

왼쪽은 쥴리어스 시저(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 7. 12/13 ~BC 44. 3. 15 로마) 로 잘못 알려진 메가스 안티오쿠스 3세대왕 (Antiochus III the Great 기원전 241년경 ~ 기원전 187년 셀레우코스 8대 군주). 오른쪽은 로마 21대 황제 카라칼라(Caracalla 186년∼217년 -카라칼라는 켈트족의 전통적인 모자를 뜻하는 별명. 정식이름은 안토니누스). 석고 대 위에 나란히 있어 함께 뎃생했다. 안티오쿠스의 노련하고 섬세한 인상을 묘사하기 전에 뒤쪽에 위치한 원근법으로서의 형상으로 처리. 카라칼라는 독재자의 무자비하고 신경질적인 인상을 묘사하기는 했지만, 거만한 몸짓으로 갸우뚱 젖힌 목의 자세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 화면의 전체..

소묘 2022.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