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오전반 성인 그림교실·취미반/재능기부반 8

바다 풍경 海景 seascape 한 폭

바다의 이미지가 풍기는 서정적인 감성이 잔잔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맑고 시원하게 만드는 바다의 내면이 우리들의 화폭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겠지요. 그림의 깊이는 늘 그리는 사람의 감상과 감정에 의헤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마음껏 화필을 노 저어가며 바다를 누비는 마음이 잘 나타나 보입니다. 여전히 속도감 있는 운필(運筆) 과 '색채에 의한 원근'의 표현이 숙제로 남이 있긴 하지만, 오랜 시간 지나온 관록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조만간 wet on wet 기법의 진수가 구현될 것입니다. 💕

복숭아 戀情

네가 높다란 곳에 있을 때였네발그레한 물빛 미소를 짓는다는 소식낮은 곳에서 내가 귀 한 짝을 들어 올릴 때뜨거운 바람이 너의 향기 한 봉투번지내 투입으로 배달되었네받아든 나는 콧날로 봉투를 열고네가 나 없이 발그레 웃는 걸떨리는 각막에 옮겨 적었네다음 장으로 넘어갈 무렵7월의 태양은 거침없이 타올랐고이미 내게 와 있던 샤인머스캣 알알이달콤한 내 성질을 돋우고 있었네이제 난 너를 내 안에 넣으려고봉투 속에서 나온 시크한 낱말들을목 아래서 가슴골까지 고랑을 내어 글발을 심네단단한 너의 내면이 내 곁가리에서 잎 틀 때까지 나는 읽기를 서둘지 않네 너의 문장이 촉촉하게 침샘 흐를 때까지한 권이 되도록 아기자기 묶네앞뒤 표지에 분홍과 상아 빛 내력이 곱게아삭아삭 빛나고 있네.

수빈이네 살구나무

수빈이의 먼 조사(祖師)께서 뒤란에 심어 지붕 키 넘어 자란 살구나무 한 그루에 수빈이 얼굴 살구색 닮은 살구가 총총총총익어 아빠가 따면 한 상자 막내삼촌한테 가는데 그러면수빈이의 하늘색 원피스 닮은 슬라임 한 통 답신으로 오는데아빠와 마주잡고 넓게 펴면 살구알 같은 웃음이 떼구르르 떼구르르 엄마가 따면 하나뿐인 이모한테 가는데 그러면수빈이 분홍색 책가방 닮은 '살구나무 골짜기' 동화책이 답신으로 오는데엄마가 표지를 읽으면 나머지는 수빈이가 읽을 때 한 페이지 넘어가면 냇물이 흐르고다음 장으로 건너가면 논두렁길 따라 논의 벼가 푸르고또 한 장 마당길 접어들면 엄마의 고향 집 대문이 주황색 그 집 뒤란에도 엄마의 먼 할아버지가 심은 살구나무 두 그루가 사랑채 지붕 너머로 훤칠하니 자라서해마다 엄마의 ..

시화 詩畵 한 폭

'툭...꽃잎이 떨어지고/ 나는 아직도/ 그대를/ 기다린다.' -양귀비 꽃. 글. 그림 전수경님.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말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 고통이 생기나니. 글:이정하. 그림 자인님.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꾸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박목월 詩. 오영미님 그림. 봄은, 보고 싶어 봄(見)이다./ 아직 남은 겨울을/ 놓지 못한 때-----------------그림. 권옥남 님. 일주일 중간/ 좋은 날/ 수요일.......수경/ 향수/ 자인/ 옥님/ 경희/ 나현 그리고.....담우미술. 글 그림 김나현님. 우리는 모두/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꽃을 피우고/ 있어. 글 그림 채경희님.

중독中毒 addiction

매일 오다시피하던 택배가 멎은 현관문 앞이 허전할 때가 있다.주문한 품목을 뻔히 알면서도 가지런히 놓여 있는 택배 상자가 반갑고 궁금하다.그 것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서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대하는 기분이 즐겁지 않은 적이 없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와 택배로 받는 느낌은 분명 다르다. 그렇다고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을 일부러 택배로 주문하는 일은 없다. 마트에서 사는 것 보다 가성비를 따져 산다든지 마트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을 택배로 주문한다. 암튼 현관문을 열었을 때 한쪽 귀퉁이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으면 물건의 내용을 알면서도 확인하려는 궁금증과 아울러 업되는 기분을 느낀다. 한동안 택배로 주문한 상품이 없을 때, 같은 장소에 낯선 물건이 오도카니 놓여 있으면 급상승한 궁금증과 아울러 ..

푸른달 열닷샛 날

5월(月 moon)이 둥글어간다. 잿빛 구름 뒤로 뿌연 달빛이 다가오는 아침 앞에 있다. 5월이 4계절의 앞에서 계절을 이끄는 선자(先者 leader)이다. 여름이 어떤 난관에서 허우적거랄 때면, 날씨의 지혜를 빌려 맑음과 흐림을 강론할 것이다. 낮은 곳이 많은 지구에서 여름이 채워야 할 강과 호수와 들판을 알려줄 것이다. 사람을 어떤 난관으로부터 이끌어내고 도와야 할지 푸른 달의 녹음과 맑은 날씨로 수업을 이어갔다. 여름이 봄을 앞질러 장마전선을 구축해 날씨와 다툰 적이 없듯이, 여름이 기고만장하여 땡볕과 폭우로 변덕을 일삼을지라도 머잖아 가을이 저기 있음을 제시한다. 계절의 알고리듬 속에서 봄과 여름이 저장한 착한 파일들을 불러와 봄의 푸름과 여름의 녹음을 생장에서 결실의 지혜로 한 해의 보람을 ..

2024년을 보내며

12월25일 크리스마스여서 수요일 수요반 수업을 화요일 24일 오늘로 당겨서 한 날. 마치는 시간 20분 전에 수업을 종료했다. 그리고 올해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자축 기념으로 떡을 준비해온 회원님들과 학원에서 준비한 와인을 곁들여 '감사합니다" 의 축배를 들었다. 학창시절에 못다한 그림에의 관심, 그리고 그 마음의 표현을 반평생을 넘긴 지금에라도 풀어보고자 아름아름 모인 분들. 마음대로 따라 주지 않는 감각이지만, 가끔 생활에 쫓기면서도 기어이 출석하면서 잠들어 있던 감각을 일깨워 가는  분들이다. 강사와 함께 와인 잔을 부딪치며 지금까지의 보람과 앞으로 더 나아갈 열정의 시간을 다짐하는 자리였을까. 웃음과 덕담을 나누며 올해의 끝자락에 정겨운 그림 한폭을 그려 놓았다. 다만  개인 사정으로 참석 못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