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오전반 성인 그림교실·취미반/재능기부반

중독中毒 addiction

담우淡友DAMWOO 2025. 6. 6. 08:45

 매일 오다시피하던 택배가 멎은 현관문 앞이 허전할 때가 있다.주문한 품목을 뻔히 알면서도 가지런히 놓여 있는 택배 상자가 반갑고 궁금하다.그 것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서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대하는 기분이 즐겁지 않은 적이 없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와 택배로 받는 느낌은 분명 다르다. 그렇다고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을 일부러 택배로 주문하는 일은 없다. 마트에서 사는 것 보다  가성비를 따져 산다든지 마트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을 택배로 주문한다. 암튼 현관문을 열었을 때 한쪽 귀퉁이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으면 물건의 내용을 알면서도 확인하려는 궁금증과 아울러 업되는 기분을 느낀다. 

 한동안 택배로 주문한 상품이 없을 때, 같은 장소에 낯선 물건이 오도카니 놓여 있으면 급상승한 궁금증과 아울러  카페인에 젖어듣듯이 기분이 홀연해진다. 

  저 깨끗한 일회용 용기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저렇게 느닷없이 당당히 놓여 있는 광경이 낯설면서도 좋아지는 기분을 어쩔 수가 없다. 황급히 들고 들어와 주방으로 직행한다. 서둘러 뚜껑을 여는 순간 오!~ 나는 강원도 홍천의 산골 출신으로 아버지 삼촌 형, 그리고 어머니까지  함께 새벽에 일구던 삼태봉 산전(山田)의 메밀밭을 떠올린다. 금세 '달밤에 소금을 뿌린듯이 흐믓하다'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한 문장을 머릿솟으로 읽는다. 

 부춧잎을 넣고 부친 메밀전이 들어 있다! 명절 차례상에 올라오는 메밀전에서 기제사에 올라오는 메밀전병에 어린시절 추억이 고소한 들기름 향기와 콧날의 세포 속에 알알이 박혀 있는 내게 그 아련한 향수는 뇌속에까지 신작로 길섶의 풀꽃처럼 피어 있다. 어떤 경로로 저 메밀전 상자가 택배처럼 현관문 앞에 놓여졌는지 알아내는 것도 주문한 택배 상자의 내용을 확인하던 즐거운 기분 못지 않다. 아!~하고 알고 난 후에 謝-喜-未安이 겹치면서 어떻게 후속 기분을 건사해할지 오락가락한다. 그러면서도 다짜고자 맛을 음미하는 즉각적인 반응을 억제할 수가 없다.   

 그 즐거움이 계속 되면 어쩐다지?....멈출 수 없는 기대와 기다림에 빠져 염치를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상적인 마음가짐의 오솔길에 돌부리가 삐죽 나와 있는 것과 같다.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기억 속의 메밀꽃밭을 후다닥 거닐듯이 맛의 혓뿌리를 뽑아 버린다. 어쩔 것인가! 바른 정신에 대한 재앙(災殃) 수준 😂이다. (우선 感謝와 묶은 廉恥 한 상자를 팡팡몰에 주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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