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왔다 길에 질경이가 돋았고 나비가 있었다 날아가는 줄 알았다 비단벌레가 기었다 긴다는 걸 손 안에 넣지 않았다 바람은 길섶으로 강아지풀을 밀었고 햇살은 움직이지 않는 자갈에까지 광합성을 뿌렸다 머물렀던 길목이었다 땅벌 집이 깊었고 한 마리가 나와 겨드랑이로 왔다 수직으로 시간이 흘렀다 초침은 언제나 따가웠다 커피를 굶은 날이다 콜롬비아산 시간처럼 몽롱했다 제자리로 돌아온 길섶에 두 번째의 첫눈이 다가왔다 낙엽이 눈발을 쓰고 이별을 안았을 때 길끝에서 원두 볶는 향기가 굴러왔고 거꾸러지다 일어나 기다가 달리다가 모든 흔적이 자꾸 돌아서 걸어갔다 낯선 새가 따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