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왔다
길에 질경이가 돋았고 나비가 있었다
날아가는 줄 알았다
비단벌레가 기었다
긴다는 걸 손 안에 넣지 않았다
바람은 길섶으로 강아지풀을 밀었고
햇살은 움직이지 않는 자갈에까지 광합성을 뿌렸다
머물렀던 길목이었다
땅벌 집이 깊었고 한 마리가 나와 겨드랑이로 왔다
수직으로 시간이 흘렀다
초침은 언제나 따가웠다
커피를 굶은 날이다
콜롬비아산 시간처럼 몽롱했다
제자리로 돌아온 길섶에 두 번째의 첫눈이 다가왔다
낙엽이 눈발을 쓰고 이별을 안았을 때
길끝에서 원두 볶는 향기가 굴러왔고
거꾸러지다 일어나 기다가 달리다가
모든 흔적이 자꾸 돌아서 걸어갔다
낯선 새가 따라가고 있었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집 나의 마스크들 (0) | 2020.12.08 |
---|---|
추억의 HDD (0) | 2020.12.05 |
낙엽의 문법 (0) | 2020.11.14 |
낙엽비가 내리는 행성 (0) | 2020.11.09 |
나뭇잎의 말 (0) | 2020.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