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매미 3

참매미가 노래하지 않는다

장마전선의 전황이 소강상태다 사격을 멈춘 비는 북서쪽으로 후퇴해 있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저기압에 밀려난 고기압이 햇살과 연합전선 펴지만 저기압 골짜기에 무더위가 합세했다 말매미가 잿빛 공간을 달리고 애매미가 따라 진격의 나팔 부는데 장마전선의 참상에는 진실이 없는 것일까 참매미의 반전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고기압 어느 골짜기에 숨어서 침묵하고 있을까 맑고 싱그러운 목청의 밝은 노래가 그립다 어느 전선에서든 전황은 바꾸기 마련 햇살이 눈부신 날이면 컴백할까 쓰름매미마저 아직 음원 차트에 오르지 않았다 참매미의 제1집 가곡 발매를 기다리며 장마전선의 북상 소식을 듣는다. note: 경북 김천 직지천변 마을에는 8월1일에 참매미가 노래를 시작했다 그 악장에는 성하(盛夏)의 뙤약볕 더위가 점점세게, 점점 여..

글(文) 2023.07.23

한 가운데 기후 속에서

매미 여름 공원에 네가 온 첫날 화창하게 입을 연 첫 마디가 똑똑히 들렸다 읽을 자막이 없었지만 단음과 장음이 충분히 뜻을 구성하고 있었다 올 여름은 더 뜨겁고 무더우며 길다 땡볕 아래의 나무 그늘에서 낭낭해는 너의 언어 몇 해 갇혀 지내 나의 청력은 작년 여름 보다 낮아졌지만 기억의 청음력은 여전히 귓가에 이슬이 예민하다 네가 이슬을 먹고 소리를 낼 때마다 나는 지나간 무더위와 매일 오는 열대야를 오선 한 줄에 넣고 저음과 고음의 반음을 올린다 어떤 처지에서도 너는 노래를 거르지 않았다 늘임 표와 달세뇨를 사이에 넣고 새벽을 되돌아오는 너의 여름 철 공연이 성황리다 마스크 안 쓰고 2차 접종 예약 전에 듣는다 들은 비티에스가 새 음반을 낼 것 같다.

글(文) 2021.07.28

매미

2020년 7월20일 아침 5시20분 첫 음원이 공개 되었다 운집한 나뭇잎과 늘씬한 기럭지의 기둥들 벤치와 민의자들도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칠 년여 땅 아래 공화국에서 주거지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음을 골랐다 나무 뿌리를 오선으로 삼아 수액의 흐름에 따라 음표를 달았다 발성이 금지 된 땅 아래 나라에서 침묵하기 보다 단 열흘을 살다 떠나더라도 열두 시간 해가 뜬 다는 땅 위의 나라 리퍼블릭 코리아의 케이 팝에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 맘껏 노래하고 싶었다 참매미의 참다운 목소리에 한 여름 작렬하는 환호를 느끼고 싶었다 월세와 전세마저 땅 아래의 깊이 보다 더 높은 땅 위의 국가에서 오래 견디기 보다 여름 한 철 원없이 노래 부르다 부르다 이슬 먹고 살았듯이 다시 맺히는 이슬처럼 긴 침묵 속에서 다음 싱어를 길..

글(文) 202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