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매미

담우淡友DAMWOO 2020. 7. 20. 07:59

2020년 7월20일 아침 5시20분 첫 음원이 공개 되었다

운집한 나뭇잎과 늘씬한 기럭지의 기둥들

벤치와 민의자들도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칠 년여 땅 아래 공화국에서 주거지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음을 골랐다

나무 뿌리를 오선으로 삼아 수액의 흐름에 따라 음표를 달았다

 

발성이 금지 된 땅 아래 나라에서 침묵하기 보다

단 열흘을 살다 떠나더라도 열두 시간 해가 뜬 다는 땅 위의 나라

리퍼블릭 코리아의 케이 팝에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

맘껏 노래하고 싶었다

 

참매미의 참다운 목소리에 한 여름 작렬하는 환호를 느끼고 싶었다

 

월세와 전세마저 땅 아래의 깊이 보다 더 높은 땅 위의 국가에서 오래 견디기 보다

여름 한 철 원없이 노래 부르다 부르다 이슬 먹고 살았듯이

다시 맺히는 이슬처럼 긴 침묵 속에서 다음 싱어를 길러내리라

 

근처에 사는 땅 위 나라 사람의 자격으로

첫 음원을 내려받은 내 귓 속의 귀 예민한 달팽이가 빠른 걸음으로 기어나온다

귓가에 앉아 공원의 산소를 뒤흔드는 노래를 듣는다

주춤하니 추풍령에 걸쳐 북진을 숨고르는 장마전선의 잿빛 구름마저 잠시 잔잔하다

 

곧 케이 팝 여름 음원 차트 검색 일 위에 오를 것 같다.

 

강변공원의 벤치는 귀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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