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목련 2

목련 필 적에

입마개도 하지 않고 어머니로부터 격리 되었다 봄 기운에 노출된 채 시간에 감염된 사실을 몰랐다 젖이 그리워 열이 오르면 울었고 내려가는 바이러스가 아침일 때 잠이 들었다 출생의 양성 반응에 사내아이로 확진된 후 증상이 없는 시간의 오후를 따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시간은 완치될 기미가 없었다 젖줄이 끊어지고 봄은 활개를 쳤으며 낮이 밤으로 내려가면 밤이 낮으로 오르내렸다 면역의 성장판이 열리고 나는 무럭무럭 앓았다 입마개를 쓴 채 삼십여 년 중증을 앓았다 뼈와 살 속에 잠복한 시간은 잠잠하다 기승을 부리지 않고 내 몸과 함께 흐르지 않는다 미세먼지 봄기운이 변이된 하루를 감추며 해마다 집앞 나뭇가지에 흰 마스크를 대량으로 내 건다 감염된 어머니로부터 내가 입마개도 하지 않은 채 격리된 날이었다. https..

글(文) 2022.03.20

져 간 목련을 추억하다

져 간 목련을 추억하다 여덟 장의 마스크는 모두 흰색이었다 찬바람한테는 주먹을 내 보이듯 도톰하게 접어 두었다가 녹색 가운 걸치기 전 얼굴 먼저 피는 꽃들이 쉬쉬 바다를 건너 오는 감염 소문에 조심 조심 귀를 열 때였다 가지마다 촘촘히 여덟 장을 깨끗이 펴 놓았다 주먹질을 비켜 온 바람이 흔들면 나부끼면서 가지 사이로 빠져나가는 새들의 기침과 미열 오르는 햇볕 골목을 빠져나오는 증상의 모든 입에 꽃가루 묻혀 씌웠다 빵집에 들른 두통이 건널목 앞에 섰을 때 한 장 던져 주고 잠깐 집을 나온 격리에게도 한 장 삼 층에서 내려다 보는 의심한테는 네댓 장의 배달을 작정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택배의 정수리에 한 장 던진 조준이 빗나갔지만 한 구간 떠맡은 꽃들의 힐링 미소 몇 날 며칠 마지막 한 장까지 다 던져 주고..

글(文) 20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