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 간 목련을 추억하다
여덟 장의 마스크는 모두 흰색이었다
찬바람한테는 주먹을 내 보이듯 도톰하게 접어 두었다가
녹색 가운 걸치기 전 얼굴 먼저 피는 꽃들이 쉬쉬
바다를 건너 오는 감염 소문에 조심 조심 귀를 열 때였다
가지마다 촘촘히 여덟 장을 깨끗이 펴 놓았다
주먹질을 비켜 온 바람이 흔들면 나부끼면서
가지 사이로 빠져나가는 새들의 기침과 미열 오르는 햇볕
골목을 빠져나오는 증상의 모든 입에 꽃가루 묻혀 씌웠다
빵집에 들른 두통이 건널목 앞에 섰을 때 한 장 던져 주고
잠깐 집을 나온 격리에게도 한 장
삼 층에서 내려다 보는 의심한테는 네댓 장의 배달을 작정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택배의 정수리에 한 장 던진 조준이 빗나갔지만
한 구간 떠맡은 꽃들의 힐링 미소 몇 날 며칠
마지막 한 장까지 다 던져 주고 빈 나뭇가지에
비로소 완치를 응원하는 초록색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격리를 끌어안고 집콕했던 봄이 전원 문을 열고 나올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