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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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져 간 목련을 추억하다

담우淡友DAMWOO 2020. 5. 11. 11:17

져 간 목련을 추억하다

 

 

 

여덟 장의 마스크는 모두 흰색이었다

찬바람한테는 주먹을 내 보이듯 도톰하게 접어 두었다가

녹색 가운 걸치기 전 얼굴 먼저 피는 꽃들이 쉬쉬

바다를 건너 오는 감염 소문에 조심 조심 귀를 열 때였다

 

가지마다 촘촘히 여덟 장을 깨끗이 펴 놓았다

주먹질을 비켜 온 바람이 흔들면 나부끼면서

가지 사이로 빠져나가는 새들의 기침과 미열 오르는 햇볕

골목을 빠져나오는 증상의 모든 입에 꽃가루 묻혀 씌웠다

 

빵집에 들른 두통이 건널목 앞에 섰을 때 한 장 던져 주고

잠깐 집을 나온 격리에게도 한 장

삼 층에서 내려다 보는 의심한테는 네댓 장의 배달을 작정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택배의 정수리에 한 장 던진 조준이 빗나갔지만

한 구간 떠맡은 꽃들의 힐링 미소 몇 날 며칠

 

마지막 한 장까지 다 던져 주고 빈 나뭇가지에

비로소 완치를 응원하는 초록색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격리를 끌어안고 집콕했던 봄이 전원 문을 열고 나올 무렵이었다.

 

일회용 마스크였지만 빨아서 다시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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