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무더위 3

더위에게

한 겹 두 겹 옷을 벗길 때마다 쇠골 뿐만 아니라 늑골까지 드러나는 내 몸 늘씬하지 않아 신박하지 않아 열린 창밖의 하늘에서 별을 복사해 붙여넣어도 달빛을 끌어와 끼얹어도 곁에 뉘고 싶은 딴 몸 하나 꿈꾸는 근육이 자라지 않아 아침 해가 수은주 한 칸 더 밀어 올려도 한 겹 옷을 껴입을 때마다 오늘은 낮에도 겉옷 한 겹쯤 벗기려나 보다 해안이 먼 내륙에서 사는 일상에 땀으로나 흠뻑 끼얹는 소확행 숨은 파일 업그레이드만 클릭 클릭하는 소프트웨어 대국 내 나라의 열대야 대책은 옷을 벗는 회수에 따라 마음의 이상 근육을 달래는 비책 언더웨어 한 겹 없이 상승 기온 벗어나는 수채화 플라워 프린트 브이 넥 롱 원피스 단 벌이면 어떠리 불쑥 자란 낮꿈 가리는 느티나무 끈 나시 그늘 한 자락이면 어떠리 만 원짜리 시..

글(文) 2022.06.27

더운 밤

하현달은 늘 아쉽다 느지막이 떠서 열대야 밤길을 느리게 간다 더워서 내 잠길 마저 걸음 느린 밤 나는 달을 쳐다보고 달은 나를 내려다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각자 제 길을 간다 아침에 다시 보면 달은 아직도 넘어가지 못한 서쪽 광야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동쪽 물가에 벗어 놓고 온 날개옷 때문일까 나도 감추고 싶었던 그 밤의 컴컴한 날개옷 물가의 바위나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 것이다. 지금쯤 고라니가 뒤적여 보겠지 사슴이 입고 갔겠지 해가 떠미는데도 달은 미적거리고 있다.

글(文)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