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벚꽃 3

벚꽃

봄 햇살 듬뿍 내려 받고 식욕이 왕성하다 연화지 길 입구부터 사람들을 먹어 치운다 코로나 마스크 쓴 남여노소 구분없이 폭식을 한다 마음과 정신을 빼내어 연못 속으로 밀어 넣고 껍데기만 걸어가게 한다 껍질 화사한 채로 웃으며 떠들며 뱅뱅 돌게 한다 유혹하는 미소가 버퍼링 일도 없이 스마트한 동영상 유튜브 첫 화면부터 도배 되어 있다 숨은 파일로 수장했던 꽃향에 푹 젖은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출구에서 무상으로 돌려 준다 감염된 줄도 모르고 즐겁게 웃으며 가게 한다 지기 전에 다시 오게 보고픈 바이러스 심어 둔다.

글(文) 2022.04.03

버찌가 익을 때

벚나무는 산아를 제한하지 않았다 가임기부터 수정이 검색 순위 꼭대기였다 햇살이 이슬점에서 눈빛을 뿌렸고 바람의 클릭 클릭은 자판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 매파들의 날갯짓은 비발디의 봄이었다 여름으로 조바꿈할 무렵 한 그루의 작은 도시에서 수천의 출생 신고가 접수 되었다 신라국(新羅國)을 다시 세울 만한 수의 빨간 몸뚱이가 거뭇거뭇 토살토실 도시 한 그루의 초석이 되어 갔다 그 프로그램은 파일 한 알도 오류가 나지 않았다 기성 위정자의 계엄 의지가 총 없이 지나가고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조용히 스쳐갔다 코로나의 디젤 엔진이 부릉거릴 때에도 마스크 한 장 쓰지 않고 천 년의 봄을 타종하는 진주알이 빛나고 있었다.

글(文) 2021.05.21

벚꽃 지는데

가로수 벚꽃이 나뭇가지에서 지상으로 내려온다. 눈부셨던 어제가 아쉬운 걸까 바람을 발레리노의 안무 삼아 쿠페(coupe) 다른 꽃잎을 지나 긴 허리선 그으며 파세(passe') 벚꽃 발레가 바닥으로 잦아드는데 코로나의 군무는 막간도 없다 음악도 없이 커튼 콜 연속이다 마스크로 봉쇄한 입에서 코로나가 싫어서 나오지 못한 꿀잼의 수다를 참는 사람의 말들이 웅얼거린다 투명 망토 두르고 마스크 외벽까지 다가온 코로나가 말의 틈새를 노린다 된소리의 자음을 언제 하나 박아 넣을지 받침 없는 모음의 말들을 검진하고 있다 확진에 밑줄 친 모음이 벚꽃 따라 바닥을 미끄러진다 변종의 안무를 추는 바람과 조명을 맡은 햇살 마스크의 장벽을 믿는 말들이 수런대는거리 벚꽃 지는데 코로나는 더 피고 있다 코로나의 마지막 춤사위는 ..

포토샵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