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아침 강변 2

아침의 해례본

강변으로 물 보러 가다가 칠월의 금계국에 말을 거는 바람을 본다 무슨 말을 했기에 꽃잎 저리 반색하며 온몸 흔들까 줄기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참새는 참말을 한 게 분명한데 흔들리는 꽃의 뒷말이 초록으로 들려온다 또 올거죠? 명사와 동사로 이루어진 그들의 문장은 아직 반포하지 않은 토속어 보는 내가 읽기는 하지만 판본체로 쓸 만한 창제 전의 상형문자 묻는 형상이 대부분이다 밤새도록 별빛 적은 수면이나 그 걸 읽은 가로수가 내게 펴 보이는 목판체 문자나 각막에 판서하듯 찔러 오는 햇살의 낱말까지 아침의 강변은 한글 이전에 있던 문자의 해례본이다 슬쩍 보기만해도 환한 뜻 전해 오는 제 2의 한글이다.

글(文) 2021.07.05

직지천의 아침 풍경

페르권트가 길가에 나앉았다. 마스크도 안 쓴 입을 열고 곧추 앉아 있다. 가로수 나무가 우두커니 옆에 서 있는 건 서로 우두커니에 갇혀 있기 때문일까. 모짜르트가 저 하얀 치아를 입질하며 지나갔을 것이다. 라흐마니노프가 검은 이빨을 부드럽게 핥은 적이 있을 것이다. 바이엘을 따라가던 고사리 손들이 저 입 속에서 음표를 파내던 시간의 자국이 생생한데 아침이 기지개 켜는 거리에서 우두커니에 몸을 맡긴 피아노 곁을 지난다. 경부선 철길 아래 굴다리를 가로질러 우회도로를 건너면, 황악산 골짜기서 발원한 계류가 직지사 경내를 질러 나와 중생들이 아기자기한 동네를 만지작거리며 내려온다. 잠깐 한눈을 팔겠지만, 추풍령 단전 아래서 출발한 직지천 중류와 손을 잡고 하류 천변에 이른다. 제딴에 서두른 눈친데 겨우 동쪽 ..

글(文) 202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