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으로 물 보러 가다가
칠월의 금계국에 말을 거는 바람을 본다
무슨 말을 했기에 꽃잎 저리 반색하며 온몸 흔들까
줄기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참새는
참말을 한 게 분명한데
흔들리는 꽃의 뒷말이 초록으로 들려온다
또 올거죠?
명사와 동사로 이루어진 그들의 문장은
아직 반포하지 않은 토속어
보는 내가 읽기는 하지만
판본체로 쓸 만한 창제 전의 상형문자
묻는 형상이 대부분이다
밤새도록 별빛 적은 수면이나
그 걸 읽은 가로수가 내게 펴 보이는 목판체 문자나
각막에 판서하듯 찔러 오는 햇살의 낱말까지
아침의 강변은 한글 이전에 있던 문자의 해례본이다
슬쩍 보기만해도 환한 뜻 전해 오는 제 2의 한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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