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오는 봄 2

봄이 기지개를 켜네

봄이 막 겨울잠에서 깼네. 하품을 하는지 비가 찔끔 볼에 젖네. 눈곱 낀 미세먼지를 훔치고 나뭇가지 팔벌려 아침 하늘 쳐다보네. 회색 구름을 덮었지만 포근한 차렵이불이네. 서쪽으로 걷어차서 산 능선 위로 구겨진 기슭의 숲. 자명종이던 새 소리 반복해서 울리고, 부지런한 거리의 차들 창밖에 들리네. 잠옷 부드러운 한 자락 당기면, 그친 비 눅지근한 종아리, 뿌리치지 않는 손목이 머리맡 허브 꽃병. 겨울의 잔해 부스스한 머릿결이 화르르, 뾰족하게 내민 입술로 모이는 앙살을 다듬네. 흘긴 눈이 깜찍해서 나머지 손목, 저, 저 지난 겨울 움추렸던 고집을 좀 봐! 이 번 봄에는 꼭 진달래를 그릴 거야. 화실 구석에 밀린 작은 캔버스를 핑계 삼네. 표독스러웠다가 금세 호홋 둥그러지는 미소.............오!..

글(文) 2024.02.04

봄을 로그인하다

나무들이 메일을 전송하고 있다 내 눈의 각막은 각박하지 못하다 첨부 파일 햇살까지 수신한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삽입 되어도 스팸으로 치부하지 못한다 반짝이는 유리체 징검다리를 건너 이르는 망막 페이지에 적히는 나무들의 풋풋한 연두색 문자들 마스크 두터운 한겨울이 적혀 있다 움의 눈을 가리고 촉수를 안으로 접어 추운 바깥을 견디는 동안 장맛비가 씻어내지 못하고 구름도 길어 가지 못한 역경이 있다 우리 삶의 한 잘못으로부터 겨울잠을 깬 적의가 매서웠다 손상 입은 알고리즘을 형성층에서 수정한 뒤 심재에 업로드한 나무는 그래도 주어진 계절의 시간은 지켜야지 아열대 지구촌 구석구석 봄에게 새 실천의 콘텐츠를 전송해야지 나무의 섬세한 가지마다 희망의 문자가 파릇파릇하다 내 각막은 서로 가축하지 않는다 망막의 페이지..

글(文) 202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