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팬데믹 2

2020 크리스마스

낙엽 하나가 스쿨 존 십자 건널목을 무단 가로질러 갑니다 추풍령을 넘어온 찬바람이 낙엽을 따라가네요 아스팔트 바닥은 무심하게 누웠고요 눈이 내렸으면 낙엽은 홀로 구르지 않았겠죠 눈은 호남지방에만 내리고 경기도 서울 영남은 금 간 살얼음장 구름 뒤로 하늘 얼어 붙었어요 해는 동쪽 어디쯤에서 아직 졸리나 보죠 조금 늦게 집집마다 햇살을 전송하고 있어요 캐럴 송 한 소절 들리지 않는 학교 주변에 나무들은 낙엽으로 보낸 잎사귀들의 기억을 잊은 듯 그냥 서서 가끔 바람이 흔들면 한두 번 뒤척입니다 그렇다고 한 마디 쏴 붙이기는 커녕 코로나 엄습에 집들마저 사회적 거리를 두고 앉아 침묵합니다 학교 앞 네일 아트 숍 창가에 반짝이던 작년 크리스마스 트리가 기억에서 차단 되었어요 안경점 창문에 걸려 있던 산타의 안경이..

글(文) 2020.12.25

이슬 아침

다섯 시 언저리 여름 아침 일제히 동쪽을 바라보며 깨어나는 집들의 숲을 지나 장마 구름 밤새 가림막 친 하늘 아래 오로지 달 때문에 핀 달맞이꽃 산책로에 들어서면 장맛비 섞인 물빛 말말 속삭이던 직지천 여울 초입 낯설게 모처럼 나란히 서 있는 잿빛 왜가리와 흰 모시 색 백로 인종 차별 없이 물고기 수를 나누고 있었나 보름달 밤 수상하게 밀어 한 사발 나눠 뜨고 있었나 그 와중에 침방울 마스크도 안 쓴 채 잊지 않고 사회적 격리 사이로 여울 언어 은빛이다 겉잠 한 번 들지 않고 이슬 낱말 촘촘히 받아 꿴 갈대의 대면 학습 내용이 푸르다 못해 서늘하게 맑은 코로나 팬데믹의 아침 이슬 문장으로 핑크 빛 꿈을 흠뻑 내리 적고 있는 핑크뮬리조차 아직 그린뮬리 학습 중인 천변 야외 자연 교실 농작물 경작 금지 나뒹..

글(文)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