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2020 크리스마스

담우淡友DAMWOO 2020. 12. 25. 09:13

낙엽 하나가 스쿨 존 십자 건널목을 무단 가로질러 갑니다

추풍령을 넘어온 찬바람이 낙엽을 따라가네요

아스팔트 바닥은 무심하게 누웠고요

눈이 내렸으면 낙엽은 홀로 구르지 않았겠죠

눈은 호남지방에만 내리고 

경기도 서울 영남은 금 간 살얼음장 구름 뒤로 하늘 얼어 붙었어요

해는 동쪽 어디쯤에서 아직 졸리나 보죠

조금 늦게 집집마다 햇살을 전송하고 있어요 

캐럴 송 한 소절 들리지 않는 학교 주변에

나무들은 낙엽으로 보낸 잎사귀들의 기억을 잊은 듯 그냥 서서

가끔 바람이 흔들면 한두 번 뒤척입니다 그렇다고 한 마디 쏴 붙이기는 커녕

코로나 엄습에 집들마저 사회적 거리를 두고 앉아 침묵합니다

학교 앞 네일 아트 숍 창가에 반짝이던 작년 크리스마스 트리가 기억에서 차단 되었어요

안경점 창문에 걸려 있던 산타의 안경이 유행을 놓쳤는지 안 보이고

아, 나지막한 유치원 출입구에 장식 몇 점 걸려 있네요

원생들이 선생님 산타가 준 선물 가방을 들고 귀가하는 성탄 전날의 오후가 있었죠

태블릿 피시로 그린 성탄 카드를 액정화면 메시지로 발송하거나

프린트 해서 봉투에 넣어 보낸 집도 있어요

 

풍경이 어쨌거나 팬데믹 바이러스의 심술은 감정의 에누리조차 없네요

떨어져 있는 가족의 왕래를 가로막고 다가오는 생활의 연말 정산을 훼방 놓아요

끈질긴 심술이 그나마 랜선을 타지 못하는 게 다행

영상통화로 가족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속정을 볼 수 있고

내일도 빠이빠이 흔드는 손을 마주 흔들 수 있습니다

 

비록 땅으로 내려온지 꽤 되는 낙엽들이 나무에 달려 푸르렀던  기억 아득하지만

갓돌을 넘어 어는 길섶 모퉁이에서 오는 봄을 틔울 풀 한 포기의 후원하겠지요.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화창한 볕에 데워진 공기를 부드럽게 마시는 때가 되겠지요

일언 폐하고,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화상통화로 캡쳐한 5살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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