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전체 글 925

파스텔畵 한 폭

고향 집 뒤란에 장독들이 다소곳이 모여 앉은 장독대. 할머니로부터 어머니를 거쳐 맏형수로 이어지는 장독대 가는 길에는 그녀들의 발자국이 지문처럼 묻어 있다. 나는 그 장독 안의 되장과 고추장 그리고 간장을 먹으며 자랐다. 오형제들과 숨바꼭질 할 때 숨는 장소가 되었고, 울 밑에 닭의장풀, 애기똥풀꽃 필 때, 혼자서 찾아낸 사금파리로 토종닭처럼 울밑의 흙을 파곤했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 정착하고부터 장독대는 고향의 아이콘이 되었고, 이콘화(icon畵) 그리듯 장독대를 유화(oil painting)로 파스텔畵(pastel painting) 로 그렸다. 주방 벽에 걸어 놓고, 유년 시절의 장맛이 주방 음식에 스미어 들기라도 하듯 식사를 할 때는 간을 더하듯 바라보곤 한다. 고향의 맛이 묻어난다. 오래 전에 뒤..

가을

아침부터 구름 양떼가 몰려가는 하늘 초원 목자는 보이지 않고 까치가 소리치네 목줄에 달려 산책하는 개는 관심도 없네 양떼는 동쪽으로 가고 있네 도시 저 편 산 너머 다른 초원 있나 보네 지상의 풀밭이라면 입 없이 얼마나 뜯겠나 구름 양떼는 하늘만 먹고 사네 몸 가벼워 소리없이 이동하네 땅에는 사방을 인파가 물결치네 풀만 먹고 살 수 없는 무리라서 초원 보다 식당이 많네 서쪽으로 갈 때 더 많이 먹네 당근 잘 먹는 말도 살찌는 가을이라네 쌈박질하는 나라에는 포연이 붉네 화약 냄새 좋은 먹거리는 나쁜 심뽀가 푸짐하네 할수없이 대응하면 먹지 못한 밀알이 상하는 심정 올가을은 남는 것이 불행한 시국이네 인파를 모는 붉은 목자는 양복을 입었네 땅에서 밖에 길 없는 초원의 망아지네 동쪽 햇살에 닿은 구름 양떼는 입..

글(文) 2022.09.28

천변공원

그 공원에 가면 자기가 하는 말에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아 자기가 응답을 하는 분수가 있다 나무들이 가만히 서 있고 의자와 잔듸들도 잠잠하다 그네가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말 소리 내고 있지만 분수가 하는 말은 귓등으로 넘긴다 분수는 목청껏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잘 모른다 더운 바람이 뭔가 아는 눈치로 분수 곁을 지나가면 분수의 말투가 슬쩍 흔들린다 바람은 댓글도 없이 가버린다 분수의 말을 받아 적는 수면이 가장 잘 알아듣는 듯 윤슬 반짝이며 물결 짓는다 귀 없이 꼼꼼히 알아듣는 걸 보면 자기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제법 푸르다 사이사이 삽입 되는 새들과 매미의 참견이 겉돌지만 초록 빛깔로 동색이다 그 곁에 말없는 베롱나무 꽃이 얼굴 붉다 분수의 시원한 말 속에 은밀한 고백이 들었을까 ..

글(文)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