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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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담우淡友DAMWOO 2011. 8. 27. 04:08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오십일 킬로그램의 몸무게가 불법인지
  이 높이에 서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아래
  단단한 납빛으로 버티고 누운 콘크리트 바닥은
  날마다 오르는 이 높이가 달갑지 않은지 늘
  발부리를 잡아당긴다 어질어질한 나는 발목을
  버팅기고 난간을 굳게 잡지만 정신 줄이 흔들린다
  줄 없이 매달려 살아온 눈치로 일 층에서부터 꼼꼼히
  열네 번의 구직을 읽는다 내려갈 때도 줄에 매달린
  승강기의 무게를 가지런히 알아서 가눈다
  어느 층에서 불안이 무거워졌을까
  빠뜨린 층의 호 수처럼 이빨 수가 어긋나는 직립의 매무새
  바닥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바닥의 신호가 닿지 않는다
  다부지게 물고 늘어져도 아래를 살피면
  묽은 피의 무게가 밑으로 쏠린다 벗어던지면
  날 수 있다 날 것이다 날 수 있을 것이다
  혈관의 불끈 성질만 높은 나의 불법 같은 나날      
  이 높이가 습관인데 난간을 감아 쥔 햇살이 아찔하다
  플라스틱 화분을 움켜잡고 있는 스킨답서스 이파리가 새파랗다.

 
이름  
  뚝지 (작성일 : 2011-07-19 21:10:51, 조회 : 238
제목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오십일 킬로그램의 몸무게가 불법인지
  이 높이에 서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아래
  단단한 납빛으로 버티고 누운 콘크리트 바닥은
  날마다 오르는 이 높이가 달갑지 않은지 늘
  발부리를 잡아당긴다 어질어질한 나는 발목을
  버팅기고 난간을 굳게 잡지만 정신 줄이 흔들린다
  줄 없이 매달려 살아온 눈치로 일 층에서부터 꼼꼼히
  열네 번의 구직을 읽는다 내려갈 때도 줄에 매달린
  승강기의 무게를 가지런히 알아서 가눈다
  어느 층에서 불안이 무거워졌을까
  빠뜨린 층의 호 수처럼 이빨 수가 어긋나는 직립의 매무새
  바닥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바닥의 신호가 닿지 않는다
  다부지게 물고 늘어져도 아래를 살피면
  묽은 피의 무게가 밑으로 쏠린다 벗어던지면
  날 수 있다 날 것이다 날 수 있을 것이다
  혈관의 불끈 성질만 높은 나의 불법 같은 나날      
  이 높이가 습관인데 난간을 감아 쥔 햇살이 아찔하다
  플라스틱 화분을 움켜잡고 있는 스킨답서스 이파리가 새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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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넷(김문수)
수정

  삭제

십사층 아파트 베란다앞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아찔한 생각이들지요
그러나 그와 반대로 보면 전망이 아주 좋게
보이지요 14층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도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2011-07-19

 

 

꿈속의 꿈
수정  삭제
묘하게도 제가 14층에 삽니다.
가장 꼭대기구요....
매일 베란다 에서 날개를 펼치는 꿈을 꿉니다.
실천하기는 힘들겠지만.....^^

승강기의 무게를 가지런히 알아서 가눈다
어느 층에서 불안이 무거워졌을까 /

이상 시인의 시풍을 느낍니다.어쩌면 같은 불안의 무게를 내려놓고 상,하행하는 승강기.....

암튼, 뚝지 님의 시는...참 좋습니다.
읽을 꺼리, 생각할 꺼리가 많아....
두고두고 봅니다.

이 높이가 습관인데 /

이 귀절이 심상에 맺힙니다...

잘 감상하구 물러갑니다..폭염에 건강 주의 하시구요...
시인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
2011-07-20

 

 

이종원.
수정  삭제
깊이있는 시인님의 시에 닿으면 늘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작은 일상의 한 부분을 깊고도 묵직하지만 또 가슴을 붙잡는
그런 시어들의 접합(죄송한 표현일지 모르지만)이 하나로
잘 꼬여진 밧줄같다고나 할까요.
늘 배우고자 하지만 빗나가는 제 글에서 모자란 양분을
얻게 됩니다.
자주 발길 주셔서 탄탄한 내공 전수 부탁드립니다.
뜨거운 볕에 조심하시고요. 감사합니다.
2011-07-20

 

 

박커스
수정  삭제
고공,,,은 아찔한 현기증....고소공포가 있어서...^^
잘 배우고 물러 갈께요 뚝지시인님, 건강하시구요.
2011-07-20

 

 

오영록
수정  삭제
크~ 정갈하네요.. 시인님.
저는 그래서 아직 아파트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무새가 고운 타이 같은 시네요..
2011-07-20

 

 

한드기
수정  삭제
여기서도 6층(사실 7층: 영국 영향권) 삽니다.
한번도 저런 비스무리한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전 저리 생각하단 실제 어지럼병 생기겠습니다.

그냥 잘 감상했다는 말씀 밖엔...

더운 날 정말
더위 드시지 마시길 바라오며...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부연>
/스킨답서스는 일산화탄소 제거량이 가장 우수하고, 어두운 공간에서도 잘 자라기.../
시어 하나 고르시는데도 참 안목이 대단하시다는 생각,
정말 어질하네요. ^^
2011-07-21

 

 

김덕진
수정  삭제
차원높은 고급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더운 날씨에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201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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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사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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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았지만 기성 작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아쉬움

                                                                                                        박영민 (시인)
  

    최우수작: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우수작: 「빈 파일처럼 서 있는 벽」, 「외상 장부」, 「위험한 짝퉁」


  이번에 응모된 작품의 대부분은 일상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자신의 특수한 의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이는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시적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에 따른 진정성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몇몇 작품에서 보여주는 표현구조나 내용구조는 긴 습작과정을 짐작케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지만 기성 작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듬는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최우수작 1편과 우수작 3편을 선정했다. 주목된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와「빈 파일처럼 서 있는 벽」은 응모작 중 제목부터가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보통명사보다는 복합명사를 제목으로 대치하여 자신이 말하고자하는 전체적인 시의 이미지를 간략하게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는 무엇보다 끈기 있는 관찰력으로 사유를 이끌어가고 있다.

  먼저 최우수작인「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는 제목 그대로, 베란다에 서 있는 중년 사내의 시선을 바탕으로 삶에 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다. ‘나’와 대상과의 거리가 서로 밀접하지만 늘 아슬아슬한 정서 속에 이미지는 역동적이다. 이는 끝까지 긴장감을 내려놓지 않고 사물들 속에 자신의 치열한, 혹은 ‘불안’한 삶을 잘 투사 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법’, ‘두근거린다’, ‘콘크리트 바닥’, ‘잡아당긴다 어질어질한’, ‘흔들린다’ 등의 시어들의 배치는 거칠거칠한 질감을 그려내면서 ‘불법 같은 나날’의 분위기를 ‘아찔하’게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갈등은 끝까지 화해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화해 할 수밖에 없는 삶의 한계성을 단편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플라스틱 화분을 움켜잡고 있는 스킨답서스 이파리가 새파랗다.’의 마무리는 그 현실적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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