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재생하다/ 담우(뚝지)
흙 속으로 사라질까 봐
아주 안 보일까 봐
태워서 단지 속에 가둔 것도 모자라네
네가 지나간 봄 여름 가을 날
짐작을 헛기침하던 겨울 날
기억 속으로 사라질까 봐
아예 생각 안 날까 봐
공 시디 한 장 널널한 분량
겨우 슬쩍 넘은 반생을 칩 속에 감금하네
단지 속에서 시간 속으로 융회되어가는 너를
기억 속에서 점점 망각으로 건너가는 너를
영정 화면을 텃치, 동영상
네가 꽃으로 피던 봄날을 보네
인어 한 마리 파닥이던 여름을 보네
붉게 익은 사과 한 알이던 가을과
흐릿하게 얼어붙은 짐작의 겨울을 보네
올 때마다 나는 경건하게 서지만
늘 같은 말과 미소가 대부분인 네가
다행이라며 벽에다 두 손을 짚고 화면에 코를 박네
콧물이 흉하게 얼룩지도록
눈시울이 찌그러져도 웃는 네가 손을 흔들 때까지
입술 들이대네
전기가 세상에 있는 한
디지털 신호가 반응하는 한
내가 세상에 남아 있는 기간
넌 매번 되풀이 돌아오네
결근 못하게 난 출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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