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옆에 산다는 것은
조담우
해가 읽고 있는 나무가 두꺼워 보인다
우두커니 열려 있는 낱장에 녹색 글자가 반짝반짝
나무가 해에게 자기를 읽어 주고 있다
느낌과 시각 사이에 착각 비스듬히 삼 층에 내가 있다
해가 내게 시각을 주면 나무가 착각을 녹색 언어로 바꾼다
표의문자를 한글로 받아 쓸 때는 소리 변환을 한다
나무의 목소리가 스것스것 한다
내 귀는 오역한 적이 있긴 하다
물끄러미 서 있는 집중을 눈치 채고 해의 목소리와
따끔따끔한 눈초리까지 들려준다
소리를 본다는 것은 나무가 해를 듣는 것과 같다
나는 귀를 보고 귀는 나무를 듣는다
분명한 제 뜻으로 읽어 주지 않은 건 나무만이 아니다
활짝 열려 있는 원형 광장이 해와 나무를 듣고 있다
스스로 문자가 된 꽃이 광장의 귀를 당기는 느낌과
내가 듣는 음역 가운데 시각과 착각이 엉켜 있다
공원 옆에 산다는 것은 내가 나무를 듣고 있을 때
해가 나를 읽는다는 것
제대로 듣고 싶은 잠자리가 맴돈다
녹색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오후가 광장을 밑줄 긋자
잔디가 촘촘한 귀를 낮추고 시야 끝까지 받아 적는다
꼼꼼히 듣고 있는 내 눈을 나무가 다시 읽는다.
--------------------------------
제15회 산림문화작품공모전 금상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 제9회 청풍명월시조백일장장원 (0) | 2016.05.22 |
---|---|
詩와 時調 (0) | 2016.04.25 |
5월15일의 오후 (0) | 2015.05.16 |
중앙시조4월 수상작 (0) | 2013.04.30 |
2012 제11회 동서커피문학상 (0) | 2012.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