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가을 고양이 4

담우淡友DAMWOO 2019. 11. 7. 10:03

나는 방관자였다.

일층 식당 아저씨와 2층 발코니 학습지 선생과 큰 목소리로 한 마리 남은 아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

며칠 전 오후, 2층 발코니의 여러 가재도구와 과일 상자 곁에 웅크리고 있던.....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가 무슨

소리가 나면 귀를 쫑긋거리거나 고개를 잠깐 들었다가 다시 엎드려 버리던 아기 고양이가 사라졌다.


여섯 마리의 아기 고양이와 한 마리의 어미 고양이가 마치 고향에 뿌리를 내리 듯, 2층 발코니와 1층 판넬 지붕

위에서 오순도슨 살다가 하나 둘 사라져 가더니 이제 똥 조각만 몇 군데 남은 채 낙엽 만한 기척도 없다.

나는 집을 만들어 주었다가 1층 식당 아저씨의 불평에 집을 치워 버렸고, 먹이를 챙겨 주던 옆집 아저씨의 손길도

아무 효과 없이 길냥이들은 사라져 갔다.


나는 아기 고양이를 데려다 키울 생각도 못한 방관자였다.그들이 사라져 가는 상황을 지켜 보면서, 발갛게 물든 채

땅바닥으로 떨어져 쌓이는 낙엽을 바라보 듯 가을의 애수를 달랬을 뿐이다. 그리고는 며칠 동안 매일 수시로 2층

발코니를 내려다 보며, 마지막 남아 있던 아기 고양이의  존재를 떠올리곤 했다. 방관자로 지내면서 늘 확인하듯

고양이를 바라보았지만 결국 아무 짓도 결과 쪽으로 수행하지 못한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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